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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만씨. (자료사진)
박지만씨. (자료사진)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던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수사가 어느덧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은 살짝 숨을 고르며 박지만 EG그룹 회장 소환이나 새롭게 등장한 '7인회' 의혹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룰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12일 서초동은 조용했다. 연일 이어지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쪽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나 수많은 기자들이 뒤엉켰던 풍경도 없었다. 출입문 근처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지키는 카메라 기자들뿐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조사받는) 유명한 분은 없다"며 "다만 (문건) 유출과 관련 있는 경찰관들을 계속 소환한다, 박관천 경정은 출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이 수사를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달라고 (농담)해서 저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지만,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는 경찰관 2명의) 구속영장청구 기각으로 수사 속도가 조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 진위는 아직 파악하는 단계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만 소환 임박... 측근 "검찰 조사, 회피할 문제 아냐"

그동안 수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돼왔다. 11월 28일 <세계일보> 첫 보도 뒤 정씨와 이른바 '십상시모임'을 열었다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고소가 이어지면서 검찰은 곧바로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12월 3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작성자 박관천 경정과 함께 일한 서울중앙지방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을 조사했고, 다음날엔 박 경정을 불렀다. 세계일보 기자 등을 고소한 청와대 비서관들 중 김춘식 행정관도 같은 날 검찰 조사를 받았다.

12월 5일에는 박 경정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12월 8일에는 박 경정에게 십상시모임을 제보했다는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이 소환됐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이 사건의 주인공, 정윤회씨가 드디어 서초동에 나타났다. 검찰은 틈틈이 박 경정을 재소환하고 세계일보 기자를 참고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남은 것은 박지만 회장과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이재만·정호청·안봉근 비서관 정도다. 이 가운데 먼저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박지만 회장이다. 그가 이르면 다음 주에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도 있다. 검찰은 "아직 통보조차 안 했다"고 했을 뿐, 소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박 회장이 나온다면 그는 정윤회씨가 자신을 미행했다고 보도한 <시사저널>을 고소한 사건까지 함께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 본인 역시 검찰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는 쪽이다. 그의 측근은 1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꼭 필요한 경우라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느냐"며 "회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검찰의 1차 소환을 피해서 2차, 3차 소환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은 모습 아니겠냐"며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이날 예정했던 해외여행도 취소한 채 국내에 머물고 있다.

'7인회 주도설'은 청와대의 3차 가이드라인? 검찰은 일단 선긋기

검찰이 박지만 회장 소환만큼 조심스러워하는 사안은 더 있다. 새로운 '7인회' 논란이다(관련 기사 : '문건 유출' 둘러싼 볼썽 사나운 진실게임).

청와대는 최근 홍보수석실 오아무개 행정관을 자체 감찰했다. 그 결과 오 행정관과 조응천 전 비서관, 박지만 회장 측근 등이 참여한 '7인회'에서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그 내용을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은 '근거 없는 루머'로, 문건은 '찌라시'로 일축하며 사실상 수사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7인회 역시 세 번째 가이드라인으로 해석가능하다.

검찰은 일단 7인회 수사 속도는 조절하려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기자들에게 거듭 신중한 보도를 부탁하며 현재 수사의 초점은 박관천 경정 등 경찰관들의 문건 유출 여부라고 강조했다.

"지금 의혹이 제기된, 가장 핵심은 이것이지 않은가? 청와대에서 박관천이 문건 갖고 나온 게 하나 있다. 그 문건을 박관천이 유출했냐 아니면 또 다른 경찰관이 복사해서 (문건을) 유출했느냐 그 두 가지다. 현재 저희가 (서울청 정보분실 소속) 최아무개 경위와 한아무개 경위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일단 유출자까지는 모르나 적어도 청와대에서 문건이 분실로 반출됐다는 판단 아래 그 자료가 복사·유출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 부분의 실체를 먼저 규명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것도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또 다른 사람이 유출했다고 갈 수 없다."

청와대가 7인회를 주도하고 '정윤회 문건' 작성과 유출을 꾸민 인물로 지목한 조응천 전 비서관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감찰을 받은 오아무개 행정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조응천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감찰보고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윤회#박지만#조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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