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날인 24일, 국회 안 통합진보당 사무실들은 분주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살짝 들뜬 국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옛 진보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은 침묵 속에서 국회를 떠날 준비를 했다.
앞서 국회사무처는 강제 해산된 진보당 쪽에 국회 내 사무실과 의원 집무실을 오는 25일까지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국회가 이들에게 제공한 사무실은 총 7곳이다. 더 이상 '정당 소속'이 아닌 진보당 당직자들은 일반인처럼 출입증을 끊고 국회에 들어와 짐을 정리했다.
본청에 위치한 옛 진보당 원내행정실·대변인실은 퇴실 준비를 거의 마쳤다. 북적하던 사무실에는 파티션과 컴퓨터만 덩그러니 남았다. 벽에 붙어있던 진보당 플래카드와 포스터들은 사무실 한 구석에 모아두었다.
"강제 해산돼 나가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전 진보당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컴퓨터나 책장 모두 국회 물품이라 정리할 게 별로 없다"라며 "나는 이미 개인 물품을 사무실에서 다 뺐다, 몸만 나가면 된다"라고 전했다.
옛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 역시 출입문을 굳게 닫아 놓고 이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몇몇 보좌진들은 취재진이 접근하면 "나가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이렇게 취재하는 자체가 우리에게 모욕감을 준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상규 의원실은 아예 문을 잠가두었다.
한 진보당 관계자는 "강제 해산돼서 나가는 건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취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굳게 닫힌 사무실 출입문 사이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각 방의 보좌진들은 박스에 물건을 가득 담고 사무실을 나왔다가 빈 박스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열린 문 틈새로 보인 사무실에는 각종 상임위 자료와 서적, 집기, 파쇄하고 남은 종이찌꺼기 등이 바닥에 즐비했다.
진보당은 국회사무처가 통보한 퇴실일이 다음 날이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라는 점을 감안해 이날 퇴실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한 보좌진은 "짐 정리는 다 끝났다, 더 이상 올 일이 없다"라며 사무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