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말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돈에 대한 부담과 달콤한 유혹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말이다.
몇년 전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연예인 고 안재환의 자살 사건에서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사채 빚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잠재적 채무 노예상태 대한민국현재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1000조 시대를 맞아 가구당 1억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빚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경제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실업이 증가하고 가계소득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채무 규모는 현재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민의 경제여건 악화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하지만, 정부 역시 뾰족한 대책이 없어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경기침체와 일자리 부재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서민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이 빚은 악성채무로 변질돼 채권추심업체에 넘겨져 각종 불법을 동원한 채권추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채권추심은 채권자로부터 채무자가 갚지 않은 빚을 추심업체가 매입해(매입 가격은 부실채권의 경우 원금의 약 1~8%) 불법적이고 과도한 채권추심행위를 하게 되고, 또한 이 매입채권을 무분별하게 거래해 소멸시효를 무기한 연장해 채무자들을 영구적 노예상태로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 350만 명의 장기 채무 연체자(2013년 8월 기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부분 채무상환 불가능 상태로 조사되고 있으며, 부당하고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인해 채권추심 경험자 중 76.2%가 정신적 고통과 생명의 위험, 이혼, 가족관계 단절, 퇴직 등의 피해 등 인권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5명 중 1명이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롤링주빌리 in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사실상 채무상활 불가능 상태에서도 부당한 채권추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정상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운동이 성남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성남시와 (사)희망살림이 손잡고 지난 2014년 9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장기부실채권을 매입 후 소각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이들이 자활·자립할 수 있도록 재무상담 및 경제교육을 진행하는 롤링주빌리 in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작한 성남시는 출범식에서 성남지역 대부업체에서 매입한 118명 분의 부실채권 약 27억 5천여만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한 바 있다.
성남판 롤링주빌리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은 종교계와 공기업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지난 11월 24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소재 천태종 대광사에서 부실채권 2억 5천여만 원 어치를 소각한데 이어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도 '빚탕감 프로젝트'에 동참해 10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으고 부실채권을 소각했다.
불교계에 이어 기독교계와 성남시 내의 성남산업진흥재단 등 많은 기관 단체들이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조로'에 출연 중인 가수 휘성을 비롯한 전 출연진이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에 동참의사를 밝히는 등 범 사회적인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빚탕감 프로젝트' -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공공성에 기반해야...성남 '빚탕감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은 바로 '공공성'에 있다.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빚 탕감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함께 나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빚 탕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직장도 다니지 못하고 빚쟁이들에게 쫓겨 도망 다니느라 주민등록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이 깨지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부축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사회는 현재 이런 사회적의 문제를 너무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민들이 잘못해서 쓰러졌을 때 그들을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제일 중요한 화두가 '공공성 강화'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빚탕감 프로젝트'의 핵심가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희망살림 제윤경 상임이사도 "오래 연체되서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채권을 매입해서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빚탕감 프로젝트'야말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빚탕감 프로젝트'에 많은 시민들과 단체 등 공공의 모든 자원들이 함께 나서서 과대 금융광고와 과잉부채로 병들어 가는 우리 모두의 살림살이를 치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금융인들의 탐욕에 반발해 2012년 11월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에서 착안된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가 성남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돼 어려운 많은 서민들이 장기연체로 인한 채권추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성남시와 (사)희망살림이 손잡고 지난 2014년 9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장기부실채권을 매입 후 소각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이들이 자활·자립할 수 있도록 재무상담 및 경제교육을 진행하는 롤링주빌리 in 성남 '빚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