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일 검찰의 '정윤회 문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야당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역공을 취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맞춘 수사결과"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검찰이 특수부까지 투입해 36일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불식하지는 못한 셈이다.
앞서 검찰은 이날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됐던 의혹 모두를 허위로 결론짓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한아무개 경위 등 3명을 기소했다. 다만, 문건 작성 및 유출 배경 등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밝히지 못한 채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서"라고 추측만 했다.
이처럼 비선실세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치권은 한동안 이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는 오는 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다룰 예정이다.
새누리당 "실체 없는 유령에 휘둘려... 야당은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새누리당은 밝혀지지 않은 범행동기보다 "문건 내용은 허위였다"는 검찰 발표를 부각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결론적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고소인 조사, 통신내역 분석, 중식당 예약 장부 등을 조사하고 박관천, 조응천 등 관련자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속칭 찌라시의 폐해가 심각함을 두 가지 측면에서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면서 "풍설들이 정보로 포장돼 국정운영 최고기관의 문건으로 탈바꿈됐고, 그 문건이 언론에 유출·보도돼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회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체 없는 유령에 휘둘려 국정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지울 수가 없다"라며 "일각에선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용두사미라고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뱀머리가 용머리로 부풀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수사할 대상도 아닌 의혹을 '정치적 이유'로 부풀렸다는 비난이었다. 검찰 수사에 불신을 표하면서 특검을 요구중인 야당을 향해서도 "반성부터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비선실세나 국정농단이 있다면, 최소한 의심스러운 것이라도 있다면 야당이 한 달이 넘도록 입을 다물고 있겠는가"라며 "야당이 또 다시 특검 주장을 하는 것은 실체 없는 의혹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습관성 구태공세"라고 비난했다.
이어, "야당은 근거 없는 풍설을 사실인 것처럼 부풀렸고 국정혼란을 부추겼다"라며 "야당은 특검 주장을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야당은 더 이상의 의혹 부풀리기로 국정 혼란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라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또 "이제 여야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더 이상의 정치적인 논란을 접고 청와대 및 정부부처 등 국가기관의 중요 문건이 유출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아무 일 없었다'는 검찰 수사 아무도 안 믿을 것"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 맞춤형 결론'이라며 반발했다. 사실상 검찰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자연히 특검 요구도 이어졌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수사결과 발표는 특검하면 전부 뒤집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한마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나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은 없고 (청와대를 향한) 상명하복만 있었다"라고 혹평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여부인데 검찰은 아무 것도 밝히지 않았다"라며 "검찰은 (문건에 명시됐던) 식당모임은 없었으니 국정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문건 내용 중 정씨 발언에 대한 최초 진술자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의 동기와 결과는 못 밝히고 그 과정만 처벌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만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무엇보다 유 수석대변인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제 1라운드가 시작됐을 뿐"이라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라면서 "새누리당도 더 이상 특검을 반대하지 말고 협조하라"라고 촉구했다.
당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동문서답'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날 YTN에 출연해 "국민들이 궁금해한 것은 청와대 문건 몇 건이 유출됐다는 것이 아니라 비선에 의해 국정농단이 됐다는 소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라며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으로 제기됐던 부분인데 이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역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면죄부 수사"라고 혹평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검찰 수사결과 자체가 찌라시 아닌가 의심스럽다"라며 "십상시의 실체, 국정농단의 진실,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암투의 실상, 최 경위 자살, 청와대 회유 의혹, 문체부 국·과장 인사개입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과 논란 중 단 한 가지도 그 진실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이 논란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회가 나서는 것"이라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가능한 모든 조치가 합의되고 시작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