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오전 충북 진천부군수 취임식이 개최될 진천군청 3층 대회의실에 사무관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신임 부군수를 기다리고 있다.
6일 오전 충북 진천부군수 취임식이 개최될 진천군청 3층 대회의실에 사무관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신임 부군수를 기다리고 있다. ⓒ 이화영

충북도의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부시장·부군수 취임식이 파행을 빚었다.

충북도는 2015년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도내 5개 시군의 부단체장을 교체했다. 해당 시군은 6일 부단체장의 취임식을 개최했지만 노조가 없는 보은군을 제외하고 제천시, 증평군, 진천군, 영동군은 사무관급 이상 부서장만 참석해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증평군은 이날 오전 9시 최창국 부군수의 취임식을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하려 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취임식을 간소하게 치렀다. 20여 분 동안 군 측과 노조 간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천군도 이날 오전 10시 3층 대회의실에서 박영선 부군수의 취임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반발하면서 결국 20여 명의 간부 공무원들만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사회자인 진천군 행정팀장이 행사장을 빠져 나가는 직원들을 향해 "오신 분들은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구하자 노조 측은 "도에 비해 시군은 인사적체가 심한데 자체에서 부군수로 승진시켜 적체를 일부라도 해소해야 한다"며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만 20년이고 이제라도 인사자치가 바로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며 직원들의 퇴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김진형 제천부시장과 정사환 영동부군수 취임식도 대회의실에서 소회의실로 취임식 장소가 변경됐다. 또 간부 공무원들만 참석해 상견례 형식으로 취임식이 치러졌다.

공무원노조는 부단체장의 취임식을 막아선 이유에 대해 충북도가 법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제110조 4항에 부시장, 부군수, 부구청장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지난달 26일 이시종 충북지사와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는 도 소속 공무원을 자치단체 부단체장으로 임명할 때 시군의 동일직급 공무원과 맞교환하는 일대일 인사 교류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이번 인사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취임식 저지로 이어졌다.

"도에서 부단체장 임명권 가져가려는 것, 위험한 발상"

 이시종 충북지사가 회장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발표한 성명 일부
이시종 충북지사가 회장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발표한 성명 일부 ⓒ 이화영

 충북도에서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 보낸 공문 일부
충북도에서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 보낸 공문 일부 ⓒ 이화영

한편, 공무원 인사와 관련해 충북도의 이중 잣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 내려오는 낙하산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하급 기관인 시군에는 낙하산을 내려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아래 협의회)는 지난 11월 26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출범시키면서 시도의 재난안전 실·국의 담당 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계획 발표에 대한 반발 성명이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재난상황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므로 효과적인 재난안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재난안전 담당 실·국장은 국가공무원이 아닌 지방공무원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조직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충북도 소속 공무원을 부단체장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면서는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 간 긴밀한 관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달 29일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서 건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에서 기초 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임명권 변경을 명시했다. 도는 "시군구 부단체장 임명권 변경"을 정부에 요구하며 "광역과 기초 지자체 간 긴밀한 결속관계 유지를 위해 시도지사가 할 수 있도록 명문화(현재 시장군수)"라고 적시했다. 결국 기초 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인사권을 시도지사가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 관계자는 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부단체장 임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행정부지사에게 전달한 내용"이라며 "공식적으로(2014년 12월 22일 시도 부단체장 회의 보고가 됐는지는 확인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기초 자치단체 부단체장을 도에서 발령내고 또다시 시군에서 발령내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문재오 사무처장은 충북도의 입장에 대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기초 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임명권을 광역에서 가져가려는 것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또 "기초와 광역 간 협조 체제 유지는 일대일 인사교류가 정착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서 합의한 건의안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에서 합의한 건의안 ⓒ 이화영

 지난 5일장 충북도 보도자료 갈무리
지난 5일장 충북도 보도자료 갈무리 ⓒ 이화영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아래 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청주시청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두 가지 건의안에 합의했다. 민선 6기 내에 인사교류를 완료하고, 8개 군은 5급 이상으로, 3개 시는 4급 이상으로(장기교육 포함) 한다는 건의안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 시장군수 9명이 서명해 충북도에 제출했다.

충북도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어 "인사교류 문제는 지난해 말 시장·군수협의회에서 건의한 내용을 반영 시군 부단체장은 도에서 전출하고, 8개 군은 5급을, 3개 시는 4급을 교육자원으로 전입하는 방안을 전격 수용, 이번 인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도의 보도자료와 협의회 건의안을 살펴보면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협의회는 군은 5급 이상으로 시는 4급 이상으로 라고 명시했지만, 도 보도자료에는 5급과 4급으로 단정해 그 직급만 받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또 협의회는 4급 이상은 장기교육 포함이라고 했지만, 도는 4급은 무조건 교육자원으로 전입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문 사무처장은 "시군의 인사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이상'이란 단어를 넣었는데 도는 이를 쏙 빼는 꼼수를 썼다"며 "장기교육으로 전입을 받겠다면 일대일 인사교류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대일 인사교류는 동일 직급을 맞교환해 상대의 행정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약속을 어긴 부분을 도민들에게 알려내는 한편 관행을 빙자한 적폐가 없어지고 합리적인 일대일 교류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공무원u신문에도 송고 합니다.



#부단체장#낙하산#이시종#충북#전국공무원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