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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死相)'은 흔히 접하기 힘든 단어다. 이 단어에는 '거의 다 죽게 된 상', '죽을 조짐이 나타난 상'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니까 글자 그대로 사람에게서 보이는 죽음의 그림자다. 사람마다 보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서는 알기 힘들다.

얼굴에 어렴풋이 죽음의 징조가 나타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체 어딘가에 구체적 증상이 드러나 있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죽음의 원인이 될 무언가를 밝혀낼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이는 광경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낸 다음에, 죽음의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징조를 읽어내는 탐정

<사상학 탐정> 겉표지
<사상학 탐정>겉표지 ⓒ 레드박스
이렇게 타인에게서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거리에서, 술집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보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죽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된다면 그 사실 때문에 피곤해질 수도 있다. 평소에 사람들을 쳐다보기가 싫어질 정도로.

대신에 이 능력을 이용해서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신통한 점쟁이'가 가진 능력이 바로 사람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죽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 맞출 수 있다면, 의뢰인에게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궁금해하니까.

미쓰다 신조는 자신의 2008년 작품 <사상학 탐정>에서 바로 이런 인물을 창조해냈다. 갓 스물을 넘긴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타인에게서 죽음의 기운을 느낀다. 이 능력은 자신이 원하거나 노력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슌이치로의 외할머니에게도 같은 능력이 있었다. 그의 외할머니는 그 바닥에서 꽤 유명한 영매였다.

그런 능력이 슌이치로에게 이어진 것. 당연히 슌이치로는 평범한 10대를 보내지 못했고, 자신의 재능을 나름대로 살리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일종의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그 탐정사무소로 첫 번째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스무살이라고 밝혔지만 그보다 더 앳돼 보이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 그녀는 자신에게 사신이 따라다닌다고 하소연하며 수사를 의뢰한다. 그녀 주변에 어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까?

죽음이라는 운명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많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보기 싫은 것이 저절로 보이는 것도 골칫거리일 것이다. 그것이 죽음과 관계된 거라면 더욱 그렇다.

죽음을 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사상학 탐정> 이외에도 많다. 영화 <식스 센스>부터 딘 쿤츠의 장편 <살인예언자>까지. 이런 작품들에서 주인공은 모두 죽은 사람들을 본다. 죽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반면에 <사상학 탐정>에서 주인공은 타인에게서 죽음의 기운을 감지한다. 죽음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죽음이 다른 상황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음이 다른 것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상징적인 것들을. 열세 단 짜리 계단에서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대형 십자가가 넘어져 사람을 덮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죽음의 기운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런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능력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사상학 탐정>의 주인공 슌이치로는 앞으로 이 시리즈 내에서 그 능력을 어떻게 이용할지 궁금하다.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사상학 탐정> 미쓰다 신조 지음 /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 펴냄.



13의 저주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2015)


#사상학탐정#미쓰다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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