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수도권 2500만 명이 버리는 각종 쓰레기를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시민에게 먼지와 악취, 도로 파손과 교통난 등의 고통을 안겼다. 특히 매립지 조성 당시와 달리 지금은 매립지 반경 5km 이내에 검단신도시와 청라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70여만 명이 거주하는 상황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유정복 현 시장은 지난달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합의대로 매립지 사용을 2016년 종료하겠다면서 정부와 서울시 등에 매립지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유 시장은 아울러 매립지 소유·면허권 인천시 이양 등도 요구했다. 수도권(인천시·서울시·경기도) 단체장들과 환경부장관 등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매립지 사용 기한의 '조건부 연장'으로 해석된다.
인천시, 경제적 이익 등 기대... "당연한 보상"
환경부와 인천시, 경기도, 서울시는 지난 9일 '4자 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인천시가 요구한 선제적 조치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매립지 소유·면허권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이 인천시에 이양되고, 매립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합의 내용에는 이밖에도 매립지 주변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립지 주변 지하철(인천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과 조기 착공, 테마파크 조성, 환경산업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전체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절반과 기타 수익금을 인천시 특별회계로 한다"는 재원 조항도 포함돼,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인천시의 숨통이 트게 됐다.
인천시는 매립지 매립 면허 지분 및 토지 소유로 수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매립면허 지분권만 1조6000억 원이다. 공유수면(바다·바닷가·하천 및 그밖에 공용으로 사용되는 국유 수면)을 토지로 환산할 경우에도 그 가치가 2조5000억 원에서 3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이관 받으며 공사 자산 8180억 원도 자연스레 넘겨받는다. 개발에 따른 이익도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인천시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다 매립지 복합레저시설을 조성할 경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와 지하철 연장에 따른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4자 합의로 매립지 사용 연장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이 양보한 만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요구한 사용 기한 2044년까지 연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인천시는 지난 9일, '매립지 관련 선제적 조치 합의에 대한 인천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0여 년간 매립지로 인해 받아온 인천시민의 고통과 그동안의 외면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자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의는 그동안 매립지와 관련해 철저히 외면당했던 인천이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지금까지 인천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영됐던 매립지에 대한 주도권을 인천이 가져온 것으로서 그동안 얽혀있던 실타래를 풀고 제 자리를 찾게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인천시는 "향후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와 함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방안과 수도권 폐기물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녹색연합·새정치민주연합, "매립지 영구화, 정치적 야합"
하지만 인천시민과 지역사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인천녹색연합은 9일, "쓰레기 발생자 처리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번 합의는 매립지로 인한 물질·정신적 피해보상 의미로 인천시와 지역주민 달래기용에 불과하다"며 "매립지 관리와 쓰레기 처리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합의는 매립지 영구화, 정치적 야합"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매립지 매립 종료냐, 사용 연장이냐 만에 온통 관심이 집중돼 환경부와 지자체의 쓰레기 관리와 처리 계획에 관한 충분한 논의는 빠졌다"며 "언론이 지자체 간 이해득실과 손익계산을 중요하게 보도하나, 중요한 것은 공유지일 수밖에 없는 매립지 관리권이 아닌 수도권 쓰레기의 체계적 관리"라고 지적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폐기물에너지타운 조성은 현 매립지에서 처리하는 쓰레기양이 줄어드는 정책이 아닌 만큼, 조성 계획을 재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매립지 종료에 대한 합의가 빠졌다면서, 이번 협상을 밀실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제적 조치 합의가 유정복 시장의 4자 협의체 구성 제안 이후 밀실 협상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환경부나 4자 협의체를 앞세운 매립 연장 발표 수순으로 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유 시장 시장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인천시민에게 거듭 약속했던 매립 종료 고수 원칙을 가볍게 뒤엎어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학용, 홍영표, 최원식 국회의원을 비롯해 당 소속 이한구, 이도형, 이용범, 조계자 시의원, 김교흥, 신동근, 박찬대, 허종식 지역위원장 등은 '수도권매립연장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매립 연장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유 시장이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로부터 수도권매립지의 매립 종료 합의를 받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매립지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반박 성명을 바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정치인들이 인천 매립지 문제와 관련해 전면적인 정치 공세에 나섰고, 그들은 인천이 내걸었던 쓰레기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선제적 조건을 서울이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사실상 매립연장을 허락한 것"이라고 여론을 호도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선언적으로 '2016년 매립종료'만 외치며 시간만 버는 데 급급해했던 무능함을 스스로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