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아래 DDP) A1관 앞에 낡은 신발 26켤레가 나란히 놓였다.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들이었다. 운동화는 위가 푹 꺼져 있었고, 검은색 가죽 구두는 이음새마다 흙먼지가 끼어있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26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을 상징하는 신발이었다.
13일 쌍용자동차가 신차 출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여는 A1관 입구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조원들과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 20여 명은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 희생자 26명에 대한 사과 ▲ 해고자 전원 복직 ▲ 해고자와 대화 등을 요구했다.
아난드 마힌드라는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최고경영자로, 이번 신차 출시 간담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다.
"6년 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 열쇠는 아난드 회장에게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같은 날 오전 예정된 쌍용자동차의 간담회보다 약 한 시간 앞서 오전 9시 37분께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시작 전 "나가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항의하는 DDP 측 관계자와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6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아난드 회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밤이든, 새벽이든, 꼭 만나서 우리의 고통을 호소하고 싶다"며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을 방문하는 내일 아난드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이 해고자들의 문제를 꼭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신차 출시를 기회로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대승적으로 풀어 나갈 것을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기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이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며 "하루빨리 해고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고, 사회가 평화와 화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각계각층과 만나 중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티볼리 출시로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며 기대를 전하는 동시에 "해고자들의 복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속노조는 또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 달 넘게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두 명을 외면할 수 없다"며 "아난드 회장은 한국에 와 있는 동안 해고노동자들에게 복직을 약속하고 가시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