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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 창비 제공

"미지가 나하고 농담을 잘해. 생전에 나랑 팔짱 끼고 드러누워서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게' 했어. 그 말 많이 하잖아,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한 200번(시신 수습 순서)까지는 앰뷸런스 타고 올라왔을 거야. 그 뒤부터는 (시신)훼손이 많이 돼서 바로바로 올라가야 하니까 헬리콥터를 타고 간 거야.

근데 미지가 나왔는데 그 생각이 딱 나는 거야, 헬리콥터를 딱 탔는데. '아유,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 비행기를 태워주는구나'. 그때 울음이 나더라고. 헬리콥터로 올라오는 동안 내내 관 옆에서 울었어. 와,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도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을까."

- <금요일엔 돌아오렴> '죽은 뒤 지킨 딸의 약속, 아빠와 함께한 하늘여행' 58쪽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유미지양의 아버지 유해종씨는 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한 것을 제일 후회한다.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 세 번째 인터뷰에서 딸 미지와 함께한 '하늘여행'을 말하며 감정을 드러냈다. 

2학년 2반 길채원양 어머니 허영무씨는 세월호 참사 후 9개월, 300여 일이 다 돼가는 지금도 "모든 시간이 꿈 같다"며 "평생 알 수 없는 아이의 마지막에 대해 늘 생각한다"고 했다. 몸무게 약 40kg, 유방암 말기 환자인 허씨의 인터뷰 제목은 '엄마 없는 세상 살아갈 딸을 걱정했는데 딸을 먼저 보냈어요'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348쪽)>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가족대책위 차원의 첫 공식 인터뷰집으로,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대표 김순천) 12명이 지난해 4월 16일 직후부터 240일간 유족들과 동고동락하며 써낸 기록이다. 3박 4일 수학여행 후 그 주 금요일(4월 18일)에 돌아오기로 돼 있던 학생들에게 바치는 조사(弔詞)다.

반장으로서 친구들을 침착히 돕고 정작 자신은 물에 쓸려 나오지 못한 고 유미지양 등,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유족들 떨리는 숨소리까지"... 작가 12명이 8개월간 써내려간 이야기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을 맞아 13일 열린 출판간담회는 1시간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왜 책으로만 추억해야 하고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 서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크를 잡은 작가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을 맞아 13일 열린 출판간담회는 1시간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왜 책으로만 추억해야 하고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 서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크를 잡은 작가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 창비 제공

책 출간을 맞아 13일 열린 출판간담회는 1시간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왜 책으로만 추억해야 하고 생판 모르는 기자들 앞에 서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이크를 잡은 작가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얕은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간담회에서 정씨는 "저는 똑똑하지 않고 법도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건 안다"며 "죽어서 내 아들에게 떳떳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아이가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갈 때 나는 뭐했을까'란 죄책감에 시달린다, 바라는 건 오로지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울먹이며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세 번 말했다.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 아버지 유경근씨는 "아이들 삶이 영원히 꽃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출판사와 기록단에 감사를 표했다. 유씨는 "가족들 시간은 여전히 그 날 4월 16일 아침에 머물러 있다"며 "추억을 한 아름 들고 아이들 돌아올 금요일이 정말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니면 부모들이 아이들 만나러 갈 수 있는 금요일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작업을 총괄한 르포 작가 김순천씨는 "안산과 진도 팽목항, 광화문 등에서 만난 가족들은 숨도 잘 쉬지 못하고 울었다"며 "그 떨리는 숨소리까지 기록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집은 13명 유가족의 내밀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평범한 시민이 유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우리 모두의 얘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해정 작가는 "이 책이 골방의 흐느낌이 아니라 '광장의 통곡'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아이 잃고 평생을 견뎌야 할 유가족의 참담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세월호 후 가장 많이 했던 '잊지 않겠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는 <미생>의 윤태호, <아만자> 김보통 등 만화가 8명도 참여했다. 아이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삽화는 물론 진도 팽목항과 관매도, 동거차도 등에 둘러싸인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 광화문 광장과 안산 단원고 주변 풍경 등을 그렸다. 만화가와 작가들은 삽화료를 포함한 책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활동에 기부한다.

이들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도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작가 기록단과 유가족은 2월 5일 서울 조계사, 9일 대구 등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또한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유족들의 이야기, 생존학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2차 후속작업도 고민하고 있다.

"딸이 네 살 때부터 저 혼자 키웠시유. IMF 때 월급이 많이 깎였는데 그걸로 살림허기 힘들었나, 애 엄마가 아이 키우는 걸 포기허고 어딘가로 가버렸시유. (...) 소연이를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만유.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프레스 다루는 일을 혔는데 손가락을 다 잘라먹였구만유. 저 장애 6급이여유. 소연이가 그런 걸 다 알아서 아이가 철이 일찍 들었나봐유.

소연이허고 참 재미나게 살았어유. 소연이만 보면 모든 피로가 다 풀렸어유. 근듸 이렇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갔으니 딸 생각만 하면 미치겠어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소연이 장례식 끝나고 바로 죽어버리고 싶었어유. (...) '아, 이러다간 안되겠다' 혀서 분향소에 나가기 시작했어유. 어떻게 누가 죽였는지 알게 해줘야지, 그걸 못하면 아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하고 있어유."

-'세상에 딸과 나, 둘만 남겨졌는듸 그 아이를 잃었어유' (3반 김소연양 아버지 김진철씨)

유족들, 26일부터 안산~팽목항 도보순례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 고백이 담긴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출판사, 사진)>이 오는 16일 출간된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3명과 그 유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내용은 희생자를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과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유족들 이야기(2부 기억하는 사람들·기록하는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아픔을 견디는 모습(3부 사람의 시간) 등으로 나뉜다. ⓒ 창비 제공

한편 세월호 참사 유족 중 일부는 지난 5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부작위(不作爲)'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다(관련기사: "세월호 구조 실패는 위헌" 유족들 헌법소원 제기).

유경근씨는 간담회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안전하게 책임지지 않았다는, 방기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온다고 유족이 보상을 더 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가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처럼 손 놓는 생명이,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매일 광화문을 지킨 유가족 2명이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장기간 소음과 매연에 노출돼 기관지·청력 등이 손상됐다"며 "희생자 형제자매들도 집에 방치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자살시도를 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갈 생존학생들이, 그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오는 14일 오후 4시 16분 진도 팽목항에서 분향소를 열고,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을 함께 기다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오는 26일에는 안산 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선체인양'을 주제로 약 20일간 도보순례에 나선다. 이 또한 희생된 아이들에게 "엄마 진짜 열심히 했다고, 네가 헛되이 간 것만은 아니라고(고 신승희양 어머니 전민주씨)" 말하기 위한 부모들의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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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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