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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생후 20 개월, 신장 75 cm 체중 10.8 kg
▲ 콩콩이 생후 20 개월, 신장 75 cm 체중 10.8 kg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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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콩콩이가 끙끙거린다. 손에 물티슈, 기저귀를 들고 있다. 어깨를 '똑똑' 두드리더니 뒤로 벌렁 누운다. 기저귀를 갈 시간이다. 곧 대소변을 가릴 것 같다. 생후 20개월, 서는 것이 늦어서 성장을 걱정했었다. 인사도 하고 책도 본다. CD 플레이어를 켜고 블록 놀이도 잘 한다. 콩콩이는 우리 가족의 행복 바이러스다.

엄마, 아빠가 출근할 때 현관에 뽀르르 달려가는 콩콩이, 신발장 앞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한다.  엄마, 아빠 뺨에 뽀뽀를 해 주고 손을 흔든다. 행복이 넘친다. 엄마, 아빠는 바쁘게 사느라 그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없으면 이런 달달한 맛이 있기나 할까.

예전에 어머니가 우리 아이들을 돌보던 때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손자를 데려다 키우셨다. 특히, 큰손자에 대한 애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땅에서 솟았는가. 어와 둥둥 내 손자."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그리고 헤어진 뒤에는 할머니는 6개월여를 드러 누우셨고 어린 손자도 할머니를 부르다가 눈물 범벅이 되어 잠이 들곤 했다.

손녀를 돌보다가도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주위에서 자신을 위해 살라는 충고를 들을 때, 아이들을 위해서도 조부모가 돌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조금 힘이 빠진다. 그런 때는 갓난아기일 때부터 촬영해 뒀던 동영상을 들여다본다.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아이들이다. 은퇴 후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아이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항상 책을 거꾸로 놓고 읽는다

공부(?) 하는 콩콩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공부(?) 하는 콩콩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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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 하는 콩콩이 책상 앞에 서서 무엇인가 쓰는 척 한다.  언니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 공부 (?) 하는 콩콩이 책상 앞에 서서 무엇인가 쓰는 척 한다. 언니가 하는 대로 따라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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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는 책을 좋아한다. 온 책을 까맣게 칠해 놓는다. 책을 거꾸로 놓고. 아이들이 신발을 왼발, 오른발 바꿔 신는 것처럼 신기할 정도로 항상 책을 거꾸로 놓고 읽는다. 콩콩이 할머니(안 사돈)께서 살아계실 때, 콩이 혼자서는 외로우니 동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동생이 콩콩이다. 콩이와 콩콩이는 싸우기도 하고 경쟁(?)도 하면서 잘 자란다.

잠자는 콩콩이 블록 놀이를 하다 잠들었다. 항상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잔다. 언니 콩이는 아랫 입술을 오무려 무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
▲ 잠자는 콩콩이 블록 놀이를 하다 잠들었다. 항상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잔다. 언니 콩이는 아랫 입술을 오무려 무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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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온 거실을 책, 불록, 장난감 등을 어질러 놓고 놀다.
▲ 콩콩이 온 거실을 책, 불록, 장난감 등을 어질러 놓고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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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는 장난꾸러기다. 할아버지가 쌓아놓은 탑을 넘어뜨리고 의기양양해한다. 손으로 밀거나 발로 찬다. 아직 걷는 것도 서툴지만 태권도에서 높이 차기하는 것처럼 걷어찬다. 온 거실에 언니가 쓰던 장난감을 어질러 놓았다. 책도 던지고 장난감도 던지고 사인펜으로 여기저기 낙서를 해 놓았다. 자유분방하게 노는 것도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음대로 휘졌고 다니도록 놔둔다.

콩이와 콩콩이 콩이는 동생 콩콩이를 무척 사랑한다. 온 얼굴을 할켜도 화를 내지 않는다. 내내 밴드를 얼굴에 붙이고 다니면서도...
▲ 콩이와 콩콩이 콩이는 동생 콩콩이를 무척 사랑한다. 온 얼굴을 할켜도 화를 내지 않는다. 내내 밴드를 얼굴에 붙이고 다니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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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보면 마음도 순해진다. 유치원 발표 회장이나 체육대회에 참석한 엄마, 아빠들의 얼굴은 달처럼 환하다. 얼굴을 찌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일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이웃들 그리고 같은 동포들끼리 원수처럼 으르릉 거린다.

올해는 양의 해, 우리 모두 양처럼 순하고 부드럽고 평화스러운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콩이#콩콩이#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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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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