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전규석)가 지난해 11월 24일 대의원 대회에서 폐기한 현대자동차 회사 측과 현대차노조, 비정규직노조 전주·아산지회의 '현대차 비정규직 특별교섭' 합의안을 다시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18일 현대차노사와 비정규직노조 전주·아산지회는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의 강한 반대에도 '신규채용과 소송 취하'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도출, 다음날인 전주·아산지회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노동자 1600여 명이 제기해 당초 지난해 8월 21일~22일께 내려질 예정이었던 '현대차 근로자 지위확인' 집단소송에 대한 선고가 9월 18일~19일로 한 달 가량 연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정규직화 판결 3일 앞두고... 현대차 노사 '전격 합의'?>).
하지만 합의 한 달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전원에 대한 정규직 인정 승소판결을 내렸고,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는 "특별교섭 합의와 전주·아산지회의 총회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진행됐고 현대차지부와 아산·전주 지회는 훌륭한 출연자 역할을 했다"고 비난하며 합의안 폐기를 요구했었다.
특히 8·18 합의 때 산별노조의 위원장인 금속노조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체결권이 없는 상황에서 체결된 합의이므로 폐기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이 대의원 과반 이상 동의를 얻으면서 이 합의안은 폐기됐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최근 연 45차 중집회의에서 "8.18 합의는 교섭권 위반도 아니고 울산, 아산, 전주 3지회의 교섭방침 존중한다"는 폐기 번복 결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 13일 금속노조는 노조 신문인 <금속노동자>에 게재된 전규석 위원장 명의의 글에서 "지난해 8월18일 특별교섭에 돌입한 현대차지부와 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는 교섭돌입을 존중받았으므로 체결과 합의에 이른 사실은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합의안 인정 또는 폐기여부를 둔 노노간의 갈등은 일단락됐다"며 폐기 번복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금속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금속노조가 민조노조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와 상징, 마직막 자존심마저 내 팽겨치고 말았다"는 등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8·18합의 폐기 번복은 불법파견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것"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울산 비정규직노조)는 14일 입장을 내고 "합의안 폐기는 10년 넘게 불법파견에 맞서 온몸으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조합원에게 최소한의 투쟁할 길을 열어준 중요한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대의원 대회 결정마저 뒤집는 금속노조는 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8·18 합의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불법파견 특별교섭단에 교섭권을 위임한 사실도 없다"며 "따라서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 비정규직노조는 "(2010년, 2012년)대법원 판결과 지난해 9월 18일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현대차 모든 공정은 불법파견이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이다'라는 판결"이라며 "하지만 8·18 합의는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8·18 합의가 9·18 판결 이전에 체결된 합의라 하더라도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노조는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8·18 합의 폐기는 이러한 논란을 종식하고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는 출발점이라 지회는 사활을 걸고 폐기를 주장했다"며 "이런 지회의 노력에 금속노조 대의원들이 동의해 8·18합의 폐기로 힘을 보탰지만 금속노조 집행부와 중앙집행위원들은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을 묵살했다"고 성토했다.
또한 "8·18 합의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려운 조건에서도 많은 조합원들은 대법원과 9·18판결, 그리고 비정규직노조 요구를 중심으로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의 8·18합의 폐기 번복은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리하려는 세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고 탄압하는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8·18합의 폐기 후속조치로 투쟁을 준비하지 못한 한계와 현대차 지부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