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에 7천여 명이 숨진 타클로반을 찾아 위로를 전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17일 오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부 도시 타클로반으로 향했다. 타클로반 공항 주변에서는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교황을 기다린 수십만 명의 환영 인파가 교황을 맞이했다.
이날도 타클로반은 최대 풍속이 시속 130km에 달하는 태풍 '메칼라'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현지 주민은 물론이고 교황을 보기 위해 다른 먼 지역에서도 많은 인파가 타클로반을 찾아왔다.
교황, 필리핀 태풍 하이옌 수해 지역 방문역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타클로반을 찾은 교황이 공항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뜨겁게 환영했다. 태풍 하이옌으로 가족 11명을 잃었다는 한 주민은 "큰 슬픔을 당했을 때 소중한 친구가 찾아와준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2013년 11월 슈퍼 태풍 하이옌이 불어닥친 타클로반은 도시의 90%가 파괴되고 7천 3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또한 아직도 100만 명의 주민이 태풍에 집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지내고 있다.
교황은 타클로반 공항 주변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15만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많은 것을 잃었을 여러분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주님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교황은 미사 후 주민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태풍이 거세지면서 원래 일정보다 4시간 정도 일찍 타클로반을 떠났다. 교황은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슬프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재해 지역을 직접 찾아와 위로를 전한 교황을 배웅했다. 마닐라로 돌아온 교황은 오는 18일 마닐라 리잘공원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