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답사 1번지 전남 강진이다. 맛의 고장인 이 곳은 군 단위의 자그마한 읍내지만 한정식이 유명하고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맛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7일 강진읍에 위치한 풍경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곳 대표(59, 조성인)는 매월 지역 어르신들을 자신의 가게로 초청해 온정을 베풀고 있다. 함께 식당을 찾은 동생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 못 드셔 본 서양 음식을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맛돌이가 선택한 오늘의 메뉴는 해물 덮밥(1만 원)이다. 함께한 동생은 돈가스(9천 원)을 주문했다. 양식집에서 먼저 선보인 오늘의 수프는 새송이 감자 수프다. 구수한 감칠맛에 이따금 씹히는 새송이 버섯이 크림 수프의 단조로움을 없앤다.
이 집의 돈가스는 세 가지 맛을 품었다. 갈색 소스인 데미글라스 소스, 데리야끼 소스, 칠리 소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본은 이렇게 세 가지 맛의 돈가스가 나오지만 자신의 취향 따라 주문을 할 수 있다.
해물 덮밥은 강진의 풍부한 해산물을 아낌없이 사용해 강진의 바다를 한껏 품었다. 새우, 홍합살, 바지락살, 소라 등 무려 6가지를 넣었다. 이들 재료가 갖가지 채소와 어우러진 맛은 기대 이상이다. 해물의 풍성함과 은근한 매콤함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풍경 레스토랑의 조 대표가 요식업에 입문한 지는 올해로 36년째다. 오직 한길 지금껏 요리사로 일했다. 젊은 시절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방에서 설거지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우고 익혀 어설펐지만, 지금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싱싱한 재료로 만든 샐러드와 직접 구운 속이 촉촉한 머핀 빵도 인기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를 엄선해 사용하니 맛있을 수밖에. 맛있는 음식의 맛은 역시 제철 최상의 식재료에 있었다.
"이문이 많이 남기를 원하지 않습니다."그는 본디 소박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유난히 이 집의 음식이 맛있다 생각했는데 그런 그의 천사 같은 마음이 음식에 함께 담겨서인가 보다. 강진의 제철 해산물이 풍성하게 담긴 해물 덮밥을 한술 맛보면 풍요로움이 입 안 가득 넘친다.
어르신들에게 베푸는 음식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그가 생면부지의 강진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이유는 사랑이다. 젊었을 때 자신의 부모에게 못다 한 사랑을 대신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그는 강진으로 6년 전 귀촌했다.
"이곳에서 번 돈이니 이곳에서 써야지요."
식사가 끝나면 디저트 과일과 원두커피가 이어진다. 샐러드와 머핀 빵, 원두커피, 와인 등은 리필이 가능하다. 은은하고 그윽한 원두커피에서 이곳 주인장의 향내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 전남 강진, 맛의 고장인 강진의 맛집으로 풍경을 추천한다.
식후에는 근처에 있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유명한 시인 영랑 김윤식 선생 생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사실 강진에 오면 이곳은 꼭 한번 들려볼 일이다. 사립문을 열고 황톳길을 따라가며 '내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 시비에 새겨진 아름다운 시구를 가만히 읊조려 보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맛돌이의 블로그 '내고향 밥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