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9일 오후 8시 58분]<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비리사학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사립중학교 교사가 정직 1개월의 중징계에 처해질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학교가 비판적인 교사의 입을 막기 위해 보복성 징계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영광중학교 정은균(46) 교사는 오는 30일께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징계위원회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학교법인 영광학원 안이실 이사장은 지난 15일 정은균 교사와 한 면담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앞서 안이실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징계위원회에 정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안 이사장은 징계의결요구서에서 '정 교사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 따른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사는 지난 2002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한 뒤, 2012년 12월부터 기사를 썼다. 주로 서평 기사를 썼고, 사회·교육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문제는 3년 전부터 기사를 써온 정 교사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지난해 갑작스레 진행됐다는 점이다. 안 이사장이 정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은 정 교사가 비리 의혹이 있는 사립학교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직후였다. 안이실 이사장은 전라북도 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회장이다.
이번 징계를 두고 영광학원이 비리사학 비판 기사를 쓴 정 교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영광학원 쪽은 보복 징계가 아니라면서 정 교사의 시민기자 활동을 인지한 시점에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고 해명했다.
사립학교 비판 기사 썼더니...
정은균 교사는 지난해 7월 16일과 같은 달 21일 <
서울·경기가 못한 사학지원조례, 전북은 성공할까> <
교육부장관 황우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두 기사 모두 채용 비리 등으로 얼룩진 사립학교 전반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정 교사는 기사가 보도된 직후 영광중학교 한아무개 교장으로부터 "안이실 이사장이 사립학교를 비판한 기사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 교사는 또 한 교장으로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글을 쓰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 교사는 한 교장의 요청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영광학원은 지난해 10월 정 교사를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 15일 안이실 이사장은 정 교사를 불러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니, 받아들여라"라고 통보했다.
정 교사에 따르면, 안이실 이사장은 "지난해 7월 말 (사립학교를 비판하는) 기사를 본 뒤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나, 교장이 징계 요청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학교 측의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니, 징계위원들은 (사립학교를 비판하는) 기사 내용 때문에 징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사립학교를 비판하는 기사가 발단이 돼 교장의 기사쓰기 자제 요청이 있었고, 그 뒤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내가) 학교 교무회의나 회의석상에서 다른 교사들에 비해 관리자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를 비판하는) 기사까지 나오자 징계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와 전북 노동사회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군산 영광중 교사 표현의 자유 탄압 및 부당징계저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공동대책위원장인 홍지영 전교조 군산지회장은 "지역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징계로 판단해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20일 정 교사 징계를 막기 위해 안이실 이사장에게 면담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안 이사장이 면담 요청을 거부하거나 정 교사 징계를 강행한다는 뜻을 나타낼 경우, 대책위원회는 이를 비판하는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광학원 "보복성 징계 아니다"한편, 영광학원은 보복성 징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손성욱 영광중학교 행정실장은 1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학 비판 기사를 썼기 때문에 징계를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 교사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며 글을 쓴 사실을 (지난해) 7월 인지했다, 그가 이 때문에 업무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에 징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사의 시민기자 활동을 두고 영리 업무로 판단한 근거를 묻자, 손 실장은 "아직 징계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판단 근거를 공개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정 교사가 보기에 부당한 징계 결과라고 한다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소청심사 요구 등 절차를 거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