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변호사들의 과거사 사건 수임료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검찰이 이명춘 민변 변호사에게 21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다른 변호사 7명에게도 21일 이후 차례로 출석하도록 했다. 이들 가운데 6명은 민변 소속이다.
이들 변호사들이 과거사정리위원회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 당시 과거사 사건을 맡으며 '공무원뿐 아니라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상 다뤘던 사건에 대해 변호사 수임을 제한'하고 있는 변호사법을 어기고 수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
여기에 수구 언론들은 신이 나서 험악한 언어들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 정부는 민변이 참으로 무서운 모양이다. 얼마전에는 대한변협에 민변 변호사들의 징계를 요청하더니, 이제는 수십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이들을 망신주며 모욕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변호사들이나, 다른 건은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위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그들이 과거사 사건들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사 사건 의뢰인들은 모두 국가폭력에 의해 참담한 피해를 입은 분들이다. 오랫동안 국가가 외면해 왔으며 검찰의 부인과 법원의 안일한 판결 때문에 재심이 개시되도 수년이 걸려 소송 중에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법원은 과거사 사건들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변호인이 변론을 정말 잘 하지 않으면 승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변론을 해야 하는 게 과거사 사건들의 특징이다. 나름 과거청산 판에 오랫동안 발을 들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 일로 부당하게 이득을 본 변호사들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이자 민변의 창립회원인 김형태 변호사와 인혁당 사건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미 검찰은 모든 계좌들에 대해 추적을 마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에서 부당하거나 과한 수임료는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약정서를 체결할 때, "수임료를 왜 이렇게 적게 책정하는가?"를 묻기도 했다.
인혁당 선생님들에 대한 국가배상이 과하다고 대법원은 다시 배상금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돈이 인혁당 선생님들의 목숨값으로, 모진 고문과 수천 일 징역을 산 값으로, 가족들이 겪은 끔찍한 서러움의 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떠드는 어마어마한 수임료라는 것은 가족들과 당사자들이 발기인이 된 4·9통일평화재단을 설립한 기금이고 그동안 과거청산을 물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애써온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뜻으로 기부한 돈이다.
나는 그 기금의 출현과 배분은 물론이고 재단 설립의 전과정에서 직접 실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당신 형사재심 재판과 민사 손해배상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다시 확인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검찰과 언론에서 떠드는 액수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왜 이렇게 변호인 수임료를 낮게 책정했냐?"고 내가 물을 정도였다. 이 돈이 어떤 돈이냐며, 어쩔 수 없이 받은 수임료를 다시 떼어 여기저기 기부하던 변호사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혁당 사건에는 수십만 장의 기록이 있었고 각각의 사건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그 재판을 이어가는 동안 변호사들과 우리 활동가들이 얼마나 힘들었고 별의별 일들을 다 겪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몇 날 밤을 새도 끝나지 않는다.
검찰은 절대 김형태 변호사를 기소하지 못 할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 개인에 대한 신뢰를 근거로 하는 말만은 아니다. 그와 함께 인혁당 사형수 가족들과 생존자 선생님들을 만나 수십 년 서글픈 세월 이야기를 들으며 소장에 들어갈 참고자료를 만들고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피눈물 나는 구술 작업을 했던 나의 세월을 근거로 장담하는 것이다.
이 불법적이고 치졸한 허위 피의사실 유포와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명예훼손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해야할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