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씨가 오르골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리자 오르골이 맑은 소리를 내고, 빼곡히 적힌 영어 문장들이 적힌 종이가 한 문장 한 문장 넘어간다.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하는 ' '여기, 사람이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시청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다(20~25일까지 전시). 권준호 작가가 다가와 "여기 적힌 내용은 상현씨가 아버지 생전에 나눈 대화로 만든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이씨의 표정이 굳어지고 글자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본다.
이씨의 아버지는 6년 전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를 반대하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그날을 추모하며 열린 전시회에서 이씨는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마주했다.
아버지에 대해 묻자 "많이 생각나요"라며 짧게 답했다. 그렇게 아버지를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