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염소를 도살한 교회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 등의 보도에 따르면 충남 서산경찰서는 지난 21일, A교회 B목사(58)와 염소를 도살한 3명 등 관련자 4명을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염소를 도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사람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는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014년 12월 뒤늦게 A교회를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동물자유연대는 한 교회가 구약시대의 '번제'를 재현한다며 염소를 공개적으로 도살한 사건이 동물보호법에 위반된다며 고발했다. 태안의 A교회에서는 중·고등학생들 100여 명이 참석한 수련회에서 번제를 재현한다며 염소 가죽을 벗기는 등 잔인한 연극을 해 논란이 됐다.
태안의 A교회 수련회... 아이들 지켜보는 가운데 염소 가죽 벗겨
번제(燔祭, burnt offering)는 제물을 불에 태워 연기를 날려 보냄으로 그 향기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유대교의 제사의식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죄를 지었을 때 성전 마당에 있는 번제단 위에서 동물을 잡아 희생 제사를 드렸다. 번제에 쓰는 동물로는 송아지, 양, 염소 등이 주로 쓰였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는 비둘기도 사용할 수 있었다(참고: 구약성경 레위기 1장 3절, 9장 2~3절). 현재 유대교에서만 당시 의식의 일부가 행해지고 있을 뿐이다.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동물을)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또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학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안에 있는 A교회는 중·고등학생 100여 명이 참여한 수련회에서 염소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연극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12년 7월 28일, 충남 태안의 한 교회에서 충남 지역 6∼7개 교회 연합수련회가 있었다. 당시 수련회에서 구약의 번제를 재현한다며 살아 있는 염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연극이 공연됐다.
연극은 간음한 여인의 죄가 번제의식을 통해 용서받는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삭제된 유튜브 동영상에는 살아있는 염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결박한 다음 목을 자르고, 가죽을 벗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여자가 염소 피가 묻은 염소 가죽을 안고 "더럽고 추악한 가식을 이제 벗겼나이다, 때 묻은 모습을 벗겼나이다"라고 외친다. 이어 염소에서 자른 뿔을 양손에 들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 뿔로 많은 사람을 들이받아 가슴 아프게 하였습니다"라며 울부짖는다.
연극을 주도한 B목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염소를 도살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12월 2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은혜를 입고 눈물을 흘린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 측면보다는 성서적 교훈을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 채희경 간사는 지난 2014년 12월 2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교회의 이 같은 행위가 동물학대 차원을 넘어 다수의 청소년들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정서적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C교회 유월절 행사... 성도들 지켜보는 장소에서 염소의 목을 따 피를 뿌려
한편 서울의 C교회도 유월절 행사의 일환으로 전 교인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염소의 목을 찌르고 피를 뿌리는 의식이 행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의 C교회는 지난 2010년 4월 2일, 교회절기로는 성 금요일에 구약의 번제의식을 전교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재현했다. 성 금요일은 예수께서 재판을 받고 고난을 당하여 십자가에 달린 날을 기념하여 지키는 기독교의 절기다. 이 교회의 유월절 번제의식은 2014년 11월 28일자로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와 세간에 알려졌다.
C교회의 유월절 번제의식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죽은 것이 곧 어린 양으로서 돌아가신 것임을 재현하는 의미의 의식이었다. "오늘 이 시간은 저희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날 위하여 돌아가신 하나님의 어린양 되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이 예식을 가지려고 합니다"라는 사회자의 말로 예식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은 구약성경을 인용했다.
"그가 만일 어린 양을 속죄 제물로 가져오려거든 흠 없는 암컷을 끌어다가 그 속죄제 제물의 머리에 안수하고 번제물을 잡는 곳에서 속죄 제물로 잡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속죄제물의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번제단 뿔들에 바르고 그 피는 전부 제단 밑에 쏟고 그 모든 기름을 화목제 어린 양의 기름을 떼낸 것 같이 떼 내어 제단 위 여호와의 화제물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같이 제사장이 그가 범한 죄에 대하여 그를 위하여 속죄한즉 그가 사함을 받으리라." - 구약성경 레위기 4장 32~35절사회자는 구약시대의 제사장 복장을 재현한 듯 보이는 의상을 입고 의식을 진행했다. 교회의 목사들이 입는 예복과 겉에 두르는 '스톨'과는 전혀 다른 의상이었다. 머리에는 각진 모자를 쓰고 구약의 에봇(구약의 제사장이 입는 겉옷)을 재현한 옷을 입고 있었다.
C교회의 유월절 의식은 성도들이 모두 나와 염소를 안수함으로 죄를 전가했고, 이어 함께 한 성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소를 도살했다. 흰옷을 입은 제사장들이 염소의 목을 따 도살하는 장면은 동영상에서 삭제되어 있었다. 이들은 죽은 염소에서 흐르는 피를 받아 그릇에 나눠담고 성도들을 앞으로 나오게 하고 오른쪽 귓불에 피를 묻혀주었다.
또 솔가지에 피를 묻혀 미리 설치해 놓은 문설주에 발랐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문설주에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발라 장자의 죽음을 모면하는 부분을 모방한 것이다(참고 : 출애굽기 12장 1~13절). 이어 염소의 내장을 담아 불사르는 것으로 구약의 번제가 재현되었다. 귓불에 피를 묻히는 것이나 문설주에 피를 뿌리는 의식은 구약에서 죄의 탕감을 의미한다.
22일,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련 사안들에 대해 확인 중이며, 확인이 끝나는 대로 역시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현재까지 교회 몇 곳에서 살아 있는 가축을 대상으로 번제를 드렸다는 제보를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개적 도살이나 동물학대 혐의가 있는지 검토한 후 경찰에 고발할 것인지 판단하여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