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된 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매혈기(허삼관매혈기)>에 보면 "거시기 털은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눈썹보다 길게 자란다(屌毛出得比眉毛晩, 長得倒是比眉毛長)"는 구절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이성보다 인간의 잠재적 욕망은 비록 형성 시기는 늦지만 어쩌면 이성보다 더 길고 왕성하게 인간을 지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에는 긴 것이 참 많다. 인간이 남긴 가장 긴 건축물인 만리장성(萬里長城)이 있고, 6300km로 중국에서 가장 길고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인 장강(長江)이 있다. 또 베이징 이화원에는 728m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긴 복도 장랑(長廊)이 있고 홍콩에는 800m나 되는 세계 최장의 에스켈레이터도 있다.
또 믿어지지 않는 장수(長壽) 기록도 있다. 청나라 때 기공양생가(氣功養生家)인 이경원(李慶遠)은 강희18년에 태어나 민국 24년(1679~1935)까지 무려 256년을 살아 최장수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긴 장(長, cháng, zhǎng)은 풀어 헤친 머리를 나타내는 윗부분과 사람을 나타내는 아랫부분이 결합된 형태로, 머리를 산발한 노인의 상형이다. 두발을 자르는 것을 금기시 한 고대 중국인들은 상투를 틀었는데, 나이 들어 머리가 빠지면 성근 머리를 묶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머리를 늘어뜨려야 했다. 이런 노인의 머리카락 모습에서 길다, 어른의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마흔 여섯에 두보가 쓴 <춘망(春望)>의 마지막 구절 "하얗게 센 머리 빗을수록 자꾸 짧아지니 남은 머리를 다 모아도 비녀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구나(白頭搔更短/渾欲不勝簪)"에 이런 서글픈 광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또 어떤 생명체가 길어지는 것이 곧 자라고 성장하는 것일 테니 긴 장(長)은 자연스럽게 이런 의미도 함께 지니게 되었다. 중국어 대련 중에 장장장장장장장(長長長長長長長, chángzhǎngchángzhǎngchángchángzhǎng), 장장장장장장장(長長長長長長長, zhǎngchángzhǎngchángzhǎngzhǎngcháng)이 서로 마주보고 붙어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그 집안이 쉬지 않고 더 길게 성장하여 더욱 융성하길 바라는 축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는 말이 있다. 길게 이어진다는 것은 강한 생명력과 또 그것을 지탱해 줄 풍부한 에너지가 내재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토끼의 꼬리가 길 수 없듯(兎子的尾巴長不了) 그 근간을 이루는 밑천이 없으면 모든 일은 금방 바닥이 드러나 시들기 마련이다. 중국인들이 갖는 긴 것에 대한 욕망이 어쩌면 자신의 명예와 부가 자자손손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제사와 같은 문화로 뿌리 내려 이어져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