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015년 1월 26일 오후 5시 50분]서울 염창동에 거주하는 A씨는 매일 9호선을 이용하여 강남의 직장으로 출퇴근한다. A씨는 "매일 9호선의 열차를 이용하는데, 이용할 때마다 사람이 몰린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낀다."라며 곧 들어오는 급행열차에 탑승한다. 열차는 콩나물시루 상태.
A씨는 "얼마 전 공고문으로 열차의 배차간격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보았다"며 매번 출퇴근 때마다 힘이 쑥 빠질 정도인데 배차간격까지 늘어나면 더 큰 고생을 할까 걱정이다"라며 힘겹게 열차에 올랐다.
9호선의 2단계 개통구간인 신논현-종합운동장 간의 4.8km 구간이 오는 3월 28일 개통할 예정이다. 다만 이로 인한 여러 불편 문제가 수면 위로 점점 오르고 있다.
최악의 혼잡도를 가진 열차로 집계되는 것은 물론, 4량짜리 열차가 운행하는 것은 시민들의 9호선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심지어 2단계 개통 이후 배차간격이 늘어나는 데 반해 증결 및 증차 계획마저 없어 더욱 한계 수송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9호선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았다.
복잡한 4량 열차, 수송량은 8량 노선과 동급
서울시가 2013년 연말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호선의 하루 이용객 수는 1km 당 약 1만900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호선의 하루 이용객 수는 1km 당 약 1만850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호선이 8량으로 운행되고, 모든 열차가 전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이기 때문에 수요가 분산되는 데 반해, 9호선은 4량으로 운행되고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수요가 완행보다는 급행에 몰린 급행 집약적 열차이다. 때문에 9호선은 평시에도 콩나물시루나 다름없는 운행을 하게 된다.
염창~노량진역 간 9호선 구간의 혼잡도는 위험 수위를 벗어난 상태이다. 이 구간을 지나는 9호선 급행열차는 210%에서 237%의 혼잡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열차 1량 당 300~400명의 인원이 탑승하게 되는 셈이며, 이는 수치상으로는 2호선의 신림~강남 구간, 1호선의 구로~역곡 급행열차 구간의 혼잡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장개통 이후 수요가 증가하여 혼잡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면 안전사고는 물론, 성추행 및 절도 등의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크다. 9호선 급행열차와 비슷한 혼잡도를 보였던 바 있는 일본의 광역전철 노선인 사이쿄선에서 일어났던 문제이기 때문에 조속한 해결이 요구된다.
오는 31일부터 영업 시운전 돌입... 완행 정차역은 대기시간 길어져
오는 31일부터 모든 열차가 연장구간 시운전을 시작함으로써 배차간격이 늘어나게 된다. 9호선은 4량 편성으로 운행되는 데 반해 급행의 출퇴근 기준 간격은 7~8분, 완행 역시 7~8분으로 재조정되고, 평시에는 급행과 완행 모두 10분 간격으로 재조정 된다. 이는 앞서 설명한 6호선의 평시 시간표가 7~8분 간격, 출퇴근 시간표는 5~6분의 배차간격으로 짜여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시격이다. 수요와 철도차량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
급행정차역에 도착한 완행열차가 단거리 구간은 급행과 비슷한 속도로 운행하여 급행의 수요를 그나마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완행열차의 축소는 환영할만한 일이 되지 못한다. 급행열차로 사람들을 모두 모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흑석, 국회의사당역 인근의 경우에는 배차간격이 늘어나 연선 주민 및 출퇴근 승객의 불편 및 차별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종합운동장-강일동 간 3단계의 예정구간의 일부 구간은 급행열차가 아예 운행되지 않는 구간으로 설계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과소평가된 수요, 버스노선은 입석금지 불똥으로 노선변경
수도권 내에서 4량의 편성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광명-영등포 간 셔틀전철, 영등포-병점 간 출퇴근 급행열차, 2호선의 성수-신설동 간 지선열차와 9호선이 존재한다. 이 중 시내의 거점을 연결하며, 부도심을 관통하며, 상시로 운행하는 노선은 9호선이 유일하다.
이는 올림픽대로를 비롯한 강변의 자동차전용도로의 수요가 철도로 흡수될 것을 망각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서 기인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민들 대부분이 급행열차를 비롯한 환승편의에 상당히 만족하여 예상치보다 더욱 많은 승객이 탑승케 되었다. 특히 연선에 강남 방향의 노선이 부족했던 지역을 통과하는 노선이 되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승객이 탑승하게 되었다.
상호 보완이 가능했던 버스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는 시내버스 입석 금지 방침에 따라 노선이 바뀌게 되어 9호선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642번과 362번(현재는 352번) 노선이었는데, 이들 노선은 9호선과 대부분 구간이 일치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노들로를 경유하여서 9호선의 대체재로 취급되던 버스였다.
특히 642번 버스는 9호선과 김포공항역-고속터미널역 구간이 일치하는 대신 선유도역과 흑석역 사이의 구간을 무정차 통과했다. 362번은 9호선과 국회의사당역-고속터미널역 구간이 일치하는 대신 샛강역과 흑석역 사이의 구간을 무정차 통과하여 9호선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이들 노선이 노들로를 통과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642번은 9호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행하는 노선으로 변했다. 362번은 여의도 구간이 폐쇄되어 흑석동에서 끊 번호 역시 352번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9호선의 수요는 더욱 폭증하였으며, 추후 연장구간 개통 시 유사 버스 노선을 폐선시키거나 변경시키게 될 예정이다. 때문에 대체노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증차는 해야 하지만... 손 놓은 국회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2015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서울시를 비롯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이노근 의원 외 2명의 의원은 9호선 2단계 개통에 대비하여 107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했으나, 이는 70% 이상이 깎여 30억 원의 예산만이 지원되었다.
특히 열차를 도입하기 위해 발주를 넣으면 최소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9호선의 지옥철 현상은 최대 1년 이상을 더 보게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하철 차량의 1량 당 가격이 보통 5억 원 내외가 드는 점을 감안한다면, 36개의 편성으로 운행하는 9호선 전철의 증결을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인 셈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보통 재정 자립도가 높아 지자체 예산에서 가장 적은 예산을 가져간다지만, 금년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더욱 적게 배정됐다"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 수요가 폭증하여 9호선의 2단계 구간 연장에 대비한 예산을 이미 배정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안다"라면서 "사실 적은 돈이 배정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배정받은 예산이 큰 것 역시 이런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9호선이 내놓은 방편은 '급행 증편'... 지혜로운 대책 마련 필요9호선의 신규 개통구간 역시 지하철이 들어오지 않았던 청담동, 삼성동 구간의 부재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존 2호선의 강남~당산 구간의 분산 효과가 있는 것 또한 이번 개통의 의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따라 승객이 늘어날 경우 생길 문제이다. 시민들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고, 이는 9호선을 기피하고 다른 노선을 이용하게 되면서 풍선효과가 일어나 2호선과 7호선의 승객이 동시에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9호선 운영사와 서울시가 소요시간 감소를 통한 운행편 증가를 위해 급행보다 정차역이 적은 쾌속열차 도입, 9호선의 구간을 병주하는 급행버스 노선 개통 등의 방책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호선의 개통이 두 달 가까이 남은 지금, 서울시와 9호선 운영측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열차의 대수로 더 긴 구간을 운행하게 된 만큼, 지혜로운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서울시 9호선 운영 주식회사의 마성민 대리는 26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2단계 연장구간 시운전으로 1월 31일부로 열차 운행 계획을 변경했는데 한정된 차량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안전을 위해 열차 간격을 늘리는 대신 급행과 완행의 운행 비율을 1:1로 조정하여 운행하게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