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아래 전대)가 흥행 부진의 늪에 빠졌다. 후보 간의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면서 국민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연말정산 파동 등 현안 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제1야당의 당권 레이스는 그야말로 '외딴섬'이 됐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큰 선거를 앞둔 당권 경쟁이 아니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제1야당의 축제가 국민 관심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대가 지금처럼 정책이나 의제 경쟁 없이 '네거티브' 난타전으로만 흐르면 향후 당 지지율 등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당권경쟁 주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부터 당 안팎에서는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른바 '빅2'로 불리는 문재인·박지원 후보가 국민이 원하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386세대의 대표 격으로 출마한 이인영 후보 역시 더 이상 세대교체론과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권 레이스에 나선 후보들은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비전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물이 없다'는 비판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당 혁신 방안이나 정책 등의 의제로 국민과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파갈등 청산한다더니... 매번 '친노-비노', '영-호남' 구도 대결
지금까지 치러진 14차례의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각각 발언한 내용을 보면, 지역 현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똑같은 메시지를 되풀이했다. 문 후보는 '이기는 당 대표론', 박 후보는 '문재인 불가론', 이 후보는 '세대교체론' 강조했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연설문만 봐도 어느 후보 것인지 맞출 수 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세 후보 모두 공천개혁과 분권화 등의 당 혁신을 약속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나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의제 대결'을 표방하면서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토론을 유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계파갈등 청산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경쟁에서는 '친노-비노', '영남-호남' 구도가 반복돼 왔다.
도리어 당 대표 토론회는 전대에 가까워질수록 후보 간 난타전으로 흐르는 형국이다.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하는 박 후보는 당·대권 분리론에 이어 '색깔론'까지 들고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 25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문 후보를 겨냥해 "대선후보가 되시려는 분은 통진당 200만 표와 시민단체의 단일화 압력에 좌고우면 하고 망설이게 된다"라고 공격했다.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라던 문 후보도 지난 15일 광주MBC TV 토론회 때부터 박 후보를 향해 반격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박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을 장악해 전횡 할 것이다", "제왕적 대표를 우려하는 여론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보좌관은 "다들 말로는 정책으로 대결하자지만 연설회나 토론회 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는 없다"라며 "매번 똑같은 말만 반복 재생하는데 어느 누가 관심을 가지겠나"라고 말했다.
"집안싸움 계속되면 누가 되든 위기 처할 수도"설상가상으로 연말정산 파동과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의 현안 터지면서 당내에서도 전대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당내 아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전대 홍보성 발언조차 언급되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대 룰에서 국민보다 당원 비중이 훨씬 높다보니 다들 민심보다는 '당심'에만 '올인'하는 듯하다"라며 "이번 전대는 당과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내정에 이어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까지 있어서 전대 자체가 자칫 수면 아래로 묻힐 판"이라고도 전망했다.
당 안팎에서는 남은 전대 일정마저 '그들만의 난타전'으로 흐르면 당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정치연합이 내건 '통합과 혁신의 전대', '승리하는 전대'가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해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 대비 5.3%p 하락했는데도, 새정치연합 정당지지도는 1.0%p 상승한 22.2%에 그쳤다.
당 관계자는 "지금처럼 인물·의제·비전 없이 집안싸움으로만 흐르면 당 대표가 누가 되든 지지율 상승은커녕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라며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당의 미래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며 경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