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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제보 뒤 파면당한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
공익제보 뒤 파면당한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 ⓒ 권우성

안종훈(43) 동구마케팅고 교사는 지난달 30일 또 다시 학교에서 쫓겨났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 파면이다. 같은 해 12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파면 취소 결정으로 복직했지만, 이 학교 재단인 동구학원은 그를 한 달 만에 다시 학교에서 내쫓았다.

그는 2일 학교를 찾았지만, 학교로부터 뚜렷한 말을 듣지 못했다. 대신 학생들이 그를 찾아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몇몇 졸업생들도 소식을 듣고 격려 전화를 했다. 한 졸업생은 "동구는 이사장이나 학교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했다. 안 교사는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두 번이나 파면당해, 학생들한테 안 좋은 기억을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안종훈 교사는 지난 2012년 이 학교 이아무개 행정실장이 학교 공금을 빼돌려 실형을 받았는데도 계속 돈을 받으며 재직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여 17건의 비위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동구학원은 이아무개 행정실장을 퇴직시키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웅 이사장의 임원 승인을 취소했지만 동구학원은 버티기에 나섰다. 오히려 지난해 8월 안 교사를 파면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같은 해 12월 징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파면을 취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설사업비를 내려 보내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동구학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안 교사를 재차 파면했다.

안 교사는 "동구학원은 학생들의 교육이 아닌, 보복 징계를 통해 저 하나만을 쫓아내는 데 혈안이 돼있다"면서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겠다, 학교의 비리를 모두 해결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파면, 마음 편할 줄 알았지만..."

지난달 30일 안 교사의 집에 그의 파면을 알리는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두 번째 파면이라 마음이 편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착잡했다"면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파면 취소 이후 동구학원이 저를 다시 학교에서 쫓아내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져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파면의 가장 큰 이유는 안 교사가 지난해 5월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서울교사결의대회'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교사가 정치적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게 동구학원의 주장이다. 이는 1차 파면 때도 징계 사유로 언급됐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동구학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근무시간 중 무단이탈하여 결의대회에 참가하였다거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아 징계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파면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해직기간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어 '징계 거부 집단 시위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안 교사는 "징계가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호소하는 것도 징계 사유가 된다니 황당하다, 징계 사유가 조작됐고 날조됐다"면서 "지난달 19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해명했지만,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 교사는 2일 학교를 찾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징계를 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했지만, 학교 쪽은 거부했다. 징계 과정에서도 동구학원은 대화를 거부했다. 그는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하려고 했다"면서 "동료 교사나 인근의 한 학교 교장 출신 인사가 중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교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억울한 심정을 동료교사들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제가 다가올까 전전긍긍했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동료도 거의 없었다"며 "제가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파면됐으니, 동료 교사들도 찍힐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 비리 해결하겠다"

안종훈 교사는 "일반적으로 사학에서 비리가 발생하면, 꼬리자르기를 하고 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동구학원은 비리를 감싸는 새로운 유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현재 조웅 전 이사장의 부인 최길자 이사가 동구학원 이사장 직무대행이다. 학교 홈페이지는 여전히 조웅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12일 공익제보자인 안 교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8억9675만 원의 시설사업비 집행을 유보했지만, 동구학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안 교사는 "시설사업비가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쓰는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를 쫓아내고 싶어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동구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조치에도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동구학원은 비리를 덮고 감추기 위해 부당한 징계를 계속 하고 있다, 보복 징계를 통해 저 하나만 쫓아내는 데 혈안이 돼있다"면서 "이대로 넘어가면, 다른 사립학교도 동구학원처럼 버티면서 (제보자를) 보복 징계를 하려고 할 것이다, 진일보한 새로운 사학 비리의 유형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안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원회 소청심사 청구나 법적 대응을 통해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면서 "학교로 돌아가는 게 끝이 아니고, 학교의 비리를 모두 해결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동구학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2일 성명에서 "동구재단은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3일 논평에서 "학교의 비리를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학비리 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훈 교사 재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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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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