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LGU+ 수원화성센터에서 일하는 김용준씨의 아내입니다. LG그룹에 다니니 행복하지 않냐고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분명히 남편의 근무복에는 'LG'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지만, 그들 말로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랍니다.
2015년 들어서며 벌써 결혼 6년차가 되네요. 처음 신혼 때에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이다 그런 거에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냥 TV에 나오는 남들 얘기라 생각했죠.
세상에, 이런 급여명세서가 어디 있습니까제 남편은 통신 쪽 일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몇 번 이직도 해보았는데, 이쪽 일을 제일 잘하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경력만 17~18년 가량 되는 베테랑이죠.
신혼 초에는 일하는 곳에도 많이 따라 다녔습니다. 담을 훌쩍훌쩍 타고 전봇대도 구렁이가 나무 타듯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이 멋있기도 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런데 결혼을 해서 보니 회사 이름도 자주 바뀌고, 4대 보험도 안 되며 심지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기도 하고,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는 곳도 있더군요. 퇴직금도 없고요.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사업주가 바뀔 때마다 시스템도 달라지지만 소득 차이도 많이 나더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각종 부자재 값도 개인이 안고 가니, 밑 빠진 독에 불 붓는 격. 어쩜 그리도 설치단가, 영업 수수료가 다 다른지... 정말 먹고 살기 힘들었습니다.
통신 설치 쪽 소득이 너무 들쑥날쑥해서 남편은 안정적인 AS업무가 있는 쪽으로 옮겼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4대 보험도 해주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남다른 마인드로 영업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런데요, 급여명세서를 안 주더군요. 달라고 하니 필요한 사람만 미리 얘기를 하면 주겠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얘기해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그런 급여명세서는 처음 보았습니다.
기본급여 : 000사업소득 : 0004대 보험 : 000차감 : -200,000총 급여 : 000사업소득에 상세 내역도 없었습니다. 이런 급여명세서가 어디에 있습니까? 또 이름 모를 차감 20만 원. 아무리 물어도 얘기해주는 이가 없는 차감 금액. 이후로 급여명세서는 받아보지 못했구요, 말해도 안 주더군요.
일요일에도 강제근무를 시켰습니다. 당직기사가 있음에도 관계 없이 '설치가 밀려있다'고 AS기사임에도 강제로 출근. 안 나올 시 시말서 제출. 통신 쪽 설치 기사님들은 알 것입니다. AS기사들은 설치를 해도 절반밖에 못 받는다는 것을.
야간 당직이 주 1~2회 정도, 주말 당직은 한달 2~3회 정도 돌아옵니다. 매일 일 끝나면 밤 10시. 그야말로 살인적인 근무시간이었습니다. 피곤에 절어 술 한 잔 할 시간도 없이 쳇바퀴처럼 돌며 사는 남편에게 저는 말도 잘 붙이지 못하며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몰라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 아닙니다. 남편 혼자서는 이길 수가 없어서 묵묵히 주면 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꾹 참고 한 것이지요.
영업 전국 1등이어도 급여는 그대로... 어느 날부턴가 노조가 생긴다고 술렁이고, 기사 분들끼리 회식 자리가 아닌 회식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업소득 계산법을 영업과장, 팀장에게 물어보아도, 그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가르쳐주지 않더랍니다. 아! 뭔가가 있구나. 착취를 하는구나. 영업을 많이 해도 전국 1등을 해도 급여가 항상 같았으니까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투명한 대가를 받자. 그래서 남편도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말을 트게 된 동료 분들이 우리 신랑의 급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급여가 너무 적다고. 엄청 많이 받는 줄 알았다고요. 그래서 우리 신랑이 왜 노조 가입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분들도 많았답니다. AS기사 분들 중에서 항상 실적이 1등이었거든요. 그런데 고객만족도 차감. 고객 민원 차감 등등, 차감만 해도 70만~80만 원 정도.
도대체 누굴 위한 노동이고, 노력일까요? 살인적인 근무시간으로 한 달 일해서 월급날만 기다리는데, 월급날 차감 빼면 가져가는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참으로 무의미합니다.
중소기업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사업주의 사업 방식은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LG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에 대기업인데 노조 가입하고 나니 당신은 LGU+ 직원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LG의 지시를 받고, LG근무복을 입고, LG상품과 부품들을 들고, LG고객들을 만나 LG서비스를 하고 다니는데 당신은 LGU+ 직원이 아니라고 한답니다. 하청업체 직원이랍니다.
노조 가입하고 나니 남편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일하는데 사업주가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열악한 대우를 받으면서 임금 착취까지 당하면서도 내 남편은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내 남편의 급여로 또 다른 기사님들의 급여로 누군가의 뱃속을 채웠겠구나. 위로 올라갈수록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었겠구나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더이다.
그리고 지난 여름. 그동안은 내내 포기했던 여름 휴가를 남편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노조가 생기고 없던 연차가 생겼거든요. 당당하게 연차를 쓰고 여름휴가를 가는데 왜 그리도 행복하던지. 소소한 데서 행복이 느껴지는 것을. 원래 있어야 할 연차가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했나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사람답게 사는 거 같았거든요. 남들처럼.
이렇게 우리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일한 만큼 받고, 노력한 만큼 받고, 당연한 걸 당연하게 달라고 하는 겁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고 싶습니다
저희 부부가 늦게 결혼하고 빚이 많아 아직 월세 살고 있습니다. 그 많던 빚 다 갚고 이제 차곡차곡 모아 이사 갈 희망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면서 다시 천만 원 대출받아 여태 버티고 있습니다. 월세 살면서 내 남편 사람 대접 받길 바라며 묵묵히 파업 투쟁 지원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지지해주는 제 동생이 대출을 받아준 것이구요. LG의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였지만 은행 문턱 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월세 살면서 대출받고 일 안 하고 파업하느냐,라고 수군대는 사람들 있습니다. 바닥까지 가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겠습니까? 내 남편 일이 내 일이고, 내 남편이 사람대접은 받고 살아야 나도 사람같이 사는 거라는 거 몰랐습니다. 예전에는 월세 산다는 말 창피해서 못했습니다. 내 남편이 나도 모르게 창피했나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울 신랑이 제일 존경스럽거든요. 살인적인 업무시간, 투명한 임금, 고용승계, 연차.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고 싶습니다. 남들처럼 퇴직금도 받고 싶습니다.
고객님들의 전화가 지금도 온다고 합니다.
"파업 언제 끝나나요?""AS 언제쯤 제대로 받을 수 있나요?"남편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다고 합니다. 이 꿈을 만약 불법으로, 부당함으로 꺾으려 한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LGU+ "본사가 협력업체에 개선 요구하면 월권" |
LGU+비정규직 노조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급여체계 개선과 관련, LGU+측에 직접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GU+홍보기획팀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LGU+가 협력업체에 개선을 요구하면 월권"이라며 "심정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는 걸 우리도 원치 않기에 조속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며 "협력업체에게 교섭 권한을 위임 받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과 노조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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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혜진님은 LGU+ 수원화성센터 희망연대 조합원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