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송중계 업체인 우버가 불법 운행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현재의 금지 조처만 풀어주면 한국 정부가 내리는 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세금 납부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우버의 글로벌 정책 및 전략 담당인 데이비드 플루프(David Plouffe) 수석 부사장은, 4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플루프 부사장은 "스마트하고 현대적인 규제"를 거론하며 '정부 등록제'를 도입해 지자체가 우버의 파트너 기사들을 함께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버와 택시... '제로섬' 관계 아냐"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님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업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 앱을 이용한 영업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최고 100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 면허가 있어야만 영업이 가능한 현행 택시에 비해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우버가 이날 제안한 정부등록제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우버 기사들이 정부에 사전 등록하고 일정 수준의 교육을 거쳐 상용 면허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플루프 부사장은 "전과 기록에 대한 조회도 가능해지고 승객용 보험도 의무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이런 방식을 채택해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택시 운행정보 등의 데이터를 정부 및 지자체와 공유할 수 있다는 의향도 밝혔다.
기존 택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플루프 부사장은 "우버와 택시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우버가 활성화되면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차를 잡을 수 있으니 자가 운전이 줄고 결과적으로 여객 운송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플루프 부사장은 "우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곳에서 의구심을 제기했지만 지금은 협력 관계"라면서 "일방적인 금지나 30~40년 된 낡은 규제가 아닌 '스마트'한 규제를 하겠다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버와 한국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 저희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 기사들 유연근무... 서울시 세금도 더 걷힐 것"간담회장에 모인 기자들은 우버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부등록제 등 적극적인 협력을 시사했는데 구체적으로 지자체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플루프 부사장은 '한국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그는 "이 업계는 (세금) 회색지대"라면서 "우버는 현금으로 요금을 내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택시 수입이) 지방정부로 더 갈 수 있다"라고 답했다.
즉 우버는 모든 결제가 카드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기사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세금을 낼 수 없다'라고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플루프 부사장은 대신 "일자리도 창출되고 기사들 입장에서도 유연하게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버가 서울 운수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버가 세금으로 구축된 서울의 교통 인프라를 이용해 이득을 얻으면서 서울에 어떤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간담회가 종료될 때까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방정부 세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버 측의 분석은 서울시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서울에서 영업하는 택시에는 모두 카드 결제기가 장착돼 있다. 카드결제 비율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택시요금 카드결제 비율은 59%. 최근 5년 동안 매년 8~13%씩 올랐다. 시 입장에서 "우버를 허용하면 추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버의 주장에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이날 하얏트 호텔 앞에서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버가 택시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