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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이끌어온 강성남 위원장.
지난 2013년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이끌어온 강성남 위원장. ⓒ 유성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 외압' 의혹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이 후보자측은 '사적인 자리'라며 사과했지만, 언론단체 등에선 후보자 사퇴 등을 거론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사건을 언론계의 '세월호 사건'으로 규정할 정도다.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강성남 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의 기본 역할은 권력 감시와 규제"라며 "어떻게 정권과 언론이 친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이 후보자가 (의혹 관련) 기사를 빼라고 지시한 건 일종의 권언유착"이라며 "이에 부역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도 아니고 주요 정치인인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관이 이렇다는 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언론노조 6대 수석부위원장(2011년 2월~2013년 2월)과 7대 위원장(2013년 3월~현재)을 연이어 지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모두 경험한 셈이다. 그는 "처음엔 투쟁이 금방 끝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면서 "현 정부의 '모르쇠' 기조를 확인한 뒤엔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곧 퇴임을 앞둔 지금, 그는 "시원섭섭하지만 시원한 게 더 크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강 위원장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과 관련, "처음에야 받는 게 찔리지만 익숙해지면 무감각해진다"며 자신도 촌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것. 강 위원장은 "세상에 공짜 술은 없다"며 "기자들도 스스로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각계 대표자·시민들이 MBC 공영성·공정성을 회복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MBC 공대위)'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한편 8대 언론노조 신임위원장에는 9일 김환균 전 MBC 사무처장이 당선됐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언론 독립? 최소한 정치 지형 그대로 반영되는 사장 임명 구조 바꿔야"

 퇴임을 앞둔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권의 언론장악에 대해 "처음엔 투쟁이 금방 끝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면서 "현 정부의 '모르쇠' 기조를 확인한 뒤엔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권의 언론장악에 대해 "처음엔 투쟁이 금방 끝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면서 "현 정부의 '모르쇠' 기조를 확인한 뒤엔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지난 6대 수석부위원장, 7대 위원장 등을 거쳤다. 2월 퇴임을 앞둔 기분이 어떤지.
"수석부위원장일 때는 총선(2011년)과 대선(2012년)이 다 있었던 시기다. 또 김재철 전 사장 하에 MBC 언론 장악이 시작되는 등 일이 많아 정말 바빴다. 처음에는 사실 이런 투쟁이 금방 끝나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공약으로 걸었고, 실제로 당선 후 통합위원회를 통해 먼저 '언론문제 해결하자'며 연락해오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게 다 정권의 제스처, 일종의 속임수일 뿐이더라. 

그렇게 언론이 일부 장악된 상태에서 제가 취임을 했다. 부위원장 2년 다음에 온 위원장 시기 2년은 정권이 '모르쇠' 기조를 유지하더라. 언론노조를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풀리지 않다보니,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지고…(웃음). 위원장으로 취임한 2년간은 지금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현상을 유지하는 데만도 힘을 꽤 들였다. 퇴임 앞둔 기분? 시원섭섭한데 사실 시원한 게 좀 더 크다. 내심 힘들었던 모양이다, 하하."

-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언론환경이 악화된 시기에 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앞서 말했듯 언론노조가 상대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시작하다보니, (하는 일마다) 외롭고 힘든 과정이었다. 사실 투쟁을 통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사람은 힘들지 않다.  그러나 일방적인 대화 거부로 인해 논의의 장 자체가 열리지 않고, 다수가 열심히 활동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탓에 조직원들이 지치거나 내부 갈등이 있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라며 언론친화를 내세웠다면, 박근혜 정부는 철저히 방송을 산업으로 봤다. 일례로 민영 미디어랩 과정이 그렇다. 원래는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광고를 영업하게 돼있는데, 이제 종편마다 각 사 미디어랩을 통해 광고 직접영업에 뛰어들면서 약탈적 경쟁을 하게 됐다. 룰과 분배에 의해 언론을 보호하는 게 아니고 힘센 사람이 많이 먹게끔 된 거다."

- 한편에선 언론노조 활동이 진보적 진영논리에 갇힌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어느 한 쪽에 편향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언론노조는 진보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이 있던 10년 동안에도 같은 모습이었다. 비판할 게 적었을지는 몰라도 비판의 잣대는 똑같았다는 얘기다. '정권이 조중동 족벌언론에 대해 너무 약하게 대응한다, <한겨레>가 정권에 너무 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는 비공식 경로로 언론노조에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그들이 자꾸 저희를 극단으로 밀어내는 것 같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외쳤던 '프레스 프렌들리'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어떻게 정권과 언론이 프렌들리, 친할 수 있나? 언론의 기본 역할은 권력 감시와 규제다. 아무리 훌륭한 정권이라도 언론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봐야하는 거다."

- 최근 이완구 총리후보 검증 기사가 삭제되고, '언론외압' 녹취록 논란이 있었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언론자유도도 높지 않은데.  
"제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건, 이 후보자가 '권력이 필요하면 언제든 인사에 개입할 수 있으며 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면 모를까 국가 주요 정치인이자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관이 이렇다면 그건 엄중한 문제다. 특히나 종편에 전화해 (자신의 부동산 의혹에 관한) 기사를 빼라고 했다는 건 일종의 권언유착이다. 후보자도 문제지만 이에 부역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다.

한국 언론자유가 낮은 것은 공영방송 시스템의 구조 때문이다. 지금 KBS와 EBS 등 공영방송 모두 사실상 정치권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여·야 의석수에 비례해 이사진을 뽑고, 그렇게 뽑힌 이사들이 사장을 뽑게 돼있다. 피임명자는 임명권자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뽑힌 언론인이 권력 비판을 할 수 있을까. 독립된 언론을 위해서는, 최소한 정치 지형이 방송 지형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 MBC에서는 SNS에 카툰을 올렸다는 이유로 예능PD가 해고당하기도 했다. MBC공대위 공동대표로서 어떻게 보나.
"MBC 상황은 이제 어떤 '전술'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여긴 이제 완벽히 힘의 논리에 의한 공간이 돼버렸다. 사원이 '이거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경영진은 자신들이 가진 인사권으로 바로 징계해버린다. 참 정당성 없는 폭력인데 그게 횡행하고, 그것만 존재하는 공간이 됐다. 비이성의 폭력이 지배하는 공간이 돼 버린 탓에 이성적 해결방법은 잘 안 보인다." 

- MBC 상황을 둘러싼 내·외부 시선은 다르다. 외부와 달리, 내부에선 단체행동시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뾰족하고 정확한 수가 없기 때문에 모여서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공대위 안에는 시민들을 비롯한 언론 소비자도 있고, 언론단체도 있고 현업 언론인들도 있다. 어떤 방법론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작 아닐까. 이렇게 하나 둘 모여서 암흑의 시간을 줄여가는 거다. 

가끔 외국출장을 가면 해외 기자들이 노종면 등 해직자들을 거론하면서 '유능한 앵커가 정치권에 의해 해고됐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저는 그때마다 정말 부끄러운데, 정치인들은 해외 가서 그런 얘기 안 듣나? MBC를 개선하는 게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가능성만 보고 움직이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역사 속에서는 이런 흐름들을 우리가 그냥 용인한 걸로 기록될 것이다."

"'김영란법' 언론인 포함 찬성... 기자들이여, 공짜 술은 없다"

 강성남 위원장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대해 "사실상 정치권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이다"며 "독립된 언론을 위해서는 최소한 정치 지형이 방송 지형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막아햐 한다"고 말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대해 "사실상 정치권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이다"며 "독립된 언론을 위해서는 최소한 정치 지형이 방송 지형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막아햐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최근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논란이 됐다.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 본인 생각은.
"저는 예전부터 '김영란법'에 꾸준히 언론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종사자 전체까진 아니더라도, 보도나 지면 제작 등 콘텐츠 제작에 관여하거나 제작자를 관리하는 사람까지는 포함돼야 한다는 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언론인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있을 수도 있고,  제3자가 법을 악용해 고발해서 검찰이 표적수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지 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제대로 된 언론인들은 권력자에게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법 취지는 결국 '언론인은 돈 받지 말라, 금품 받아서 취재내용 왜곡하지 말라'는 건데, 정상적 사회라면 논란거리도 안 될 소재 아닌가. 언론사마다 윤리규정이 있다지만 그건 '액자 속 장식품'일 뿐이다. 저도 20년 넘게 언론사에 근무했는데 그걸로 내부 징계하거나 해고당한 건 못 봤다."  

- 새누리당은 과한 규제 등의 이유를 들어 법 적용대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사실 언론인들이 돈 받고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특히 기자들이 공짜 술을 많이 얻어 마시는 편인데, 이건 공짜가 아니다. 김영란법 관련해 제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제일 맛있는 술은 공짜 술이지만, 세상에 공짜 술 같은 건 없다'는 거다. 기자들도 스스로에게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처음에야 받는 게 찔리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무감각해진다.

제가 1988년도에 기자생활을 했는데,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 때는 '촌지' 문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3만 원만 받아도 두근두근 했는데 나중에는 50만 원을 받아도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부서는 그런 돈을 모아서 다 같이 술을 마셨다. 그게 다 독재정권의 유물이다. 시대가 민주화되면서 지금은 촌지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골프접대같이 다른 양상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 세월호 보도 이후 '기레기'란 말이 등장했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저는 그런 독자와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제가 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본다. 언론계 내부의 치열한 반성이 더 필요하다. 제 연배의 어떤 기자는 이런 얘기 하니까 정색하면서 제게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더라. 그러나 지금같이 다양한 매체와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어떻게 독자와 더 깊이 소통할지, 또 현 시대에 기자가 할 일은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 언론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만 해도 '아슬아슬', '노출' 등 자극적 제목의 기사들을 하루에도 수십 개 만난다. 이건 기사 클릭수가 광고로 연결되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다간 언론과 소비자 양쪽에 다 손해일 거다. 독자들도 조금 더 '윤리적 소비'에 신경 썼으면 좋겠다. 언론 역할과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언론이 국민을 위해 뛰길 기대한다면 독자들도 언론에게 든든한 뒷받침이 돼줘야 한다. 종편보다는 지상파 시청, 대안매체 후원 등이 그런 예다." 

- 차기 8대 언론노조가 꼭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 모두 지난 4년간 직접 겪지 않았나. 정권에 부역하는 경영진을 뽑은 탓에 피해를 본 것이 많다. 특히 피해는 결국 기사를 읽는 독자,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올해 언론노조 차기 집행부는 YTN과 KBS 등의 사장 교체 과정을 감시하고, 부적절한 인사는 없는지 잘 살펴보면 좋겠다. 공영방송은 정말 국민의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들과 함께 부적격 인사들이 방송에 투입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강성남 위원장#이완구 후보#이완구 언론외압 의혹#이완구 언론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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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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