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힘으로 당을 살리겠다"라는 그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이 아닌 그는 '중앙정치를 향한 지방정치의 반란'을 외쳤지만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그는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다.
박 구청장은 최고위원 5명을 뽑는 2·8 전당대회 경선에서 6위(득표율 10.66%)로 패했다. 하지만 그의 성적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의미 있는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당당히 득표율 두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5위인 유승희 후보(11.31%)와도 0.65%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특히 전당대회 때 치러진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득표율(16.24%)을 얻었다. 종합 1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주승용 후보(15.98%)보다도 앞선 성적이다.
박 구청장은 그만큼 '지방분권'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경선 때 공약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조화'에 많은 대의원이 공감해줬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결정은 중앙에서 하고 지방은 손발 역할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역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중앙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생활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조만간 기초의원·광역의원·기초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를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의체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그 내용을 당에 적극 전해 중앙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를 향해서도 자치분권 공약 실현을 요구했다. 박 구청장은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방분권을 위해 뭘 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실천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경선 룰, 국회의원 아닌 사람에게 불리했다"
- 경선에서 석패했다. 아쉽지 않나."개인적으로는 아쉽지 않다. 당이 아쉬운 일이다. 지방정치인이 최고위원회에 한 명 들어가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다. 물론 제가 부족해서 당선되지 못한 것이긴 하다."
-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주위에서도 다들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한다. 자치와 분권이란 테마를 주요 의제로 올렸기 때문이다. 제가 경선 기간 유세하러 다니면서 새정치연합이 지향해야 할 '자치분권', '공유경제' 등의 가치를 이야기한 게 큰 성과였다."
- 대의원 투표에서는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무슨 의미라고 보나."지방정치가 중앙정치와 대등한 관계 속에서 당을 이끌고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제 주장에 많은 대의원이 동의해주셨다. 당이 변화해야 할 방향으로서 인정받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득표율은 하위권이다."이번 경선 룰에 제도적인 결함이 있었다. 권리당원과 접촉하는 방식은 문자메시지 전송뿐이었다. 한 번 보내는 데 700만 원이 든다. 국회의원들은 자체적으로 후원회가 있어서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최고위원 후보들은 경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선거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의원이 아니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선 룰 자체가 굉장히 불리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당은 경선 룰을 마련하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후보로 나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부분이 시정돼야 한다. 저 같은 사람의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룰이 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룰을 결정할 때도 지방정치인까지 한 데 모여 논의해야 한다."
- 단체장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 자치행정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일까.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국회의원도 최고위원이 되면 자기 본업을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야 한다. 물론 구청장은 행정업무의 비중이 높아 책임성이 더 따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희 구청에는 직원이 800여 명이다. 이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제가 한 달 동안 선거운동하고 다녔어도 구청의 모든 부분이 잘 돌아갔다.
결정은 중앙에서 하고 지방은 손발 역할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중앙에서 논의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생활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구성... 당의 한 축으로 만들 것"- 본인의 도전이 향후 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가."지방정치와의 조화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조화가 전무하다 싶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2003년 남해 군수일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됐는데, 당시 지방 정치인이 행정부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정치인을 상하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지방분권을 중요시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 방식으로 활동해나갈 것이다. 일단 우리 당 기초자체단체장협의회장으로서 단체장들의 의견을 모아 당에 전하도록 하겠다.
또한 기초의원·광역의원·기초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를 구성할 생각이다. 미국 민주당이 어려웠던 시기인 1985년에 주지사랑 주의원 등을 중심으로 민주지도자회의(Democratic Leadership Council)가 결성된 바 있다. 2기 회장이던 빌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저희도 그런 취지로 결성하려 한다.
당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 회의체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그 내용을 당에 적극 전해 중앙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유럽만 해도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발전해야 한다. 이게 성공하면 새누리당에 앞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 신임 지도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문재인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자치분권을 강조한 바 있다. 지방정부 성과를 우리 당의 성과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정을 잘 운영해서 지지율이 높아지면, 그 지지가 당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약을 꼭 실현하기를 바란다. 지방분권을 위해 뭘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실천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