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시민단체가 나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WCA, 인터넷언론 <뉴스민> 공동주최로 10일 오후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집담회에는 학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교사, 대구시 관계자 등이 나서 토론을 벌였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집담회에서 토론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대안만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CCTV 설치만으로는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없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설추자 명문어린이집 원장은 CCTV 의무화에 대해 66%가 반대한다고 밝히고 그 이유로 인권침해와 사각지대에 대한 무방비 등을 들었다.
문경자 참사랑어린이집 교사는 "교사들이 머리 위에 CCTV가 달려있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많고 의무화가 된다면 떠나려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계자 피노키오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CCTV 의무화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영희 미소어린이집 원장도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보육시설 종사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이들은 또 다른 사회적 취약 계층임을 지적했다. CCTV로 인해 감시받는 여성의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말이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요구가 많았다. 문경자씨는 "교사는 출근하자마자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해야 하는 수행 과제가 많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보육종사자가 1만2000여 명이 넘지만 대체인력은 30여 명에 불과해 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설추자 명문어린이집 교사는 근무환경을 개선해 자기계발을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업무가 하루 12시간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교사들이 2교대로 나누어 6시간은 근무하고 2시간은 아이들을 위한 상담이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인성과 자질문제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일반 자격증과 달리 인성검사나 상당기간의 실습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교사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송진섭 대구시 보육담당 사무관은 아동학대에 대한 불안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지만 민간어린이집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설에 대한 신중하겠다며 혁신단지와 첨단복합단지 등을 위주로 신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윤석준 대구시의회 교육위원장은 "국가의 경쟁력이 출생률에 달렸는데도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아동학대를 말하기 전에 보육복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단회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와 운영자들의 반성과 성찰에 대한 이야기와 바람직한 교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한 문제, 학부모들의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