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 5명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였다. 학생들은 "즉각 김기춘, 남재준 해임! 내각 총사퇴하라!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무한 책임져라!"라고 쓴 노란 현수막을 들고 비슷한 구호를 몇 번 외쳤다. 이들이 청사 안에 머무른 시간은 10여 분이다. #2. 지난달 20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다섯 장의 판결문을 받았다.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하며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형에 유치한다'라는 내용의 주문이 써 있었다. 지난 2011년 '민중대회'와 2012년 '쌍용차 문제해결, 대통령 면담 요구 기자회견' 때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최근 사법부가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위반 등으로 광범위하게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에 기독교계가 제동을 걸기로 했다. 10일 오후 예수살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기독교단체들은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무분별한 벌금집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방안을 논의했다.
기독교계, 무분별한 '벌금폭탄'에 단체 노역형으로 대응이날 토론회에서 최헌국 생명평화교회 목사(예수살기 대회협력위원장)는 "최근 내려지는 '벌금폭탄'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의도적인 탄압"이라며 "기독교계가 앞장서서 공동으로 자진 노역형을 선택하는 등 강력하게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또한 '벌금폭탄'이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인간 본성과 민주주의 사회 발전에 비춰봤을 때 매우 소중한 권리"라며 "한국은 집회·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돼도 법을 어기면 엄단에 처해지는데, 국제 인권기준에 맞춰 법을 다소 위반하더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인권선언(제20조), 미주인권협약(제15조), 유럽연합 기본권리헌장(제12조)은 모두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적법한 집회 및 시위'만을 보장한다고 한정지었다. 박 변호사는 '합법'과 '불법'은 정권에 따라 입맛대로 재단될 수 있기에 보통 법에 명시하지 않는 것이 국제 인권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벌금폭탄의 불공정성도 지적했다. 그는 "벌금은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그 위화력이 달라진다"며 "동일한 벌금액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각자의 경제력에 따라 위축되는 정도가 다 다르다"고 꼬집었다.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도록 집시법 개정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했다 벌금을 선고받은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이영우 섬돌향린교회 교우는 "지난해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공사장 접근을 막는 펜스를 넘어 구호를 외치다 연행됐고, 결국 벌금 350만 원을 선고받았다"며 "당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상황임에도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노역형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진모 한신대학교 신학과 전도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으며 총리 공관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은 최근 10~5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반면, 비슷한 시기 광화문 세종대왕상 위에서 시위를 하다 연행된 학생들은 아직 소식이 없다"며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편의대로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입장문에서 "최근 집회와 시위 참가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벌금을 집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집시법의 기본 취지와도 크게 어긋난다"며 ▲ 평화적 집회에 대한 탄압과 무분별한 벌금 즉각 중단 ▲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추상적인 현행 집시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