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광포저수지(광포소류지)는 큰고니가 무리지어 겨울을 보내는 경남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이지요. 광포저수지는 경남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 광포마을 앞 들판과 야산 사이에 자리한 저수지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100여 명의 '진사님'들이 찾아오는 겨울 출사지입니다.
지난 일요일인 2월 1일에는 80여 명 정도 되는 '진사님'들이 오셨더군요. 몇 분과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진주, 순천, 거제 등지에서 오셨더라고요. 올해는 큰고니가 300마리 가까이 되어 보이더군요.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난 수치입니다.
백조라고도 부르는데 백조는 일본식 표기이고, 큰고니가 바른 표현입니다. 큰고니는 몸길이 150cm 펼친 날개 길이 240cm 정도로 암수가 동일합니다. 몸은 흰색이고, 어린 새는 검은 빛을 띤 회색이지요. 고니와 비슷하지만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 더 넓고, 부리 끝이 구부러져 있습니다.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겨울을 난 뒤 북쪽 캄차카반도에서 동북부 시베리아에 걸친 툰드라지대의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번식합니다. 큰고니는 12월 초 이곳에 날아와 2월 말에서 3월 초가 되면 다시 고향으로 날아갑니다. 고니, 흑고니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지요.
큰고니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촬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 8~9시 사이입니다. 가까운 대치 유료 낚시터의 모자섬이나 대치진구지마을 무섬, 금오산 정곡재 등지에서 일출을 촬영하고 와도 시간이 충분합니다. 일출 촬영 포인트가 대부분 광포저수지에서 10~15분 거리에 있습니다.
큰고니는 해가 저수지에 비칠 때라야 제대로 된 촬영을 할 수 있지요. 새가 나는 장면을 제대로 담으려면 셔터스피드를 2000분의 1이상으로 해야 되는데, 해가 떠도 ISO를 1000~2000 정도로 올려야 되지요.
해가 뜨기 전에는 ISO를 많이 올려도 충분한 셔터스피드도 나오지 않고, 노이즈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기가 어렵지요. 흐린 날도 촬영하기 그닥 좋은 여건은 아닙니다. 300mm~500mm 내외의 망원렌즈가 있으면 촬영하기 좋지요. 제가 촬영한 사진들은 300mm 망원렌즈로 촬영한 것입니다.
큰고니는 덩치가 커서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듯 호수면을 박차며 한참을 달린 후에야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새들처럼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서 한 번에 다 같이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해가 뜨면 1~2마리에서 많아야 5~6마리가 호수 위를 질주하며 날아오릅니다.
선두가 완전히 날아오르면 뒤이어 도움닫기를 해서 날아오르지요. 요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20분경인데, 광포저수지 앞에 제법 높은 산이 에워싸고 있어서 오전 8시가 넘어야 저수지에 해가 비칩니다. 성질 급한 몇 마리는 해가 비치기 전에 날아올라 저수지를 떠나지만, 대부분 8시가 넘어서부터 날아갑니다.
본격적인 비상은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한 팀, 한 팀 무리지어 날아오르다 보면 9시가 넘어야 모든 큰고니가 광포저수지를 빠져나가 넓은 바다로 나갑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9시 12분에 모든 철새가 날아갔습니다.
제방 앞에서 너무 일찍 촬영을 시작하면 사람들에 놀라 빨리 저수지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촬영은 가능한 해가 저수지에 비치기 시작하는 8시가 넘어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 이곳에서 2km 정도 떨어진 하동 화력발전소 앞의 갈사만 쪽으로 대부분 날아가고, 일부는 순천 순천만과 여수, 남해 등지의 바다로 날아가 먹이 활동을 합니다.
다시 광포저수지로 돌아오는 것은 오후 4~5시 경 일부가 돌아오고, 일몰 이후에 대부분 돌아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 다시 날아가지요.
덧붙이는 글 | 김태현 기자는 여행작가로 하동 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