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침몰해 난민 30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BBC,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리비아 인근 해상에서 고무보트 난민선이 강한 파도에 전복되면서 최소 300명의 난민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유엔 난민기구(UNHCR)는 "총 420명 이상의 난민을 태운 소형 고무보트 4척이 7일 리비아에서 출발했으나 파도에 휩쓸려 침몰했다"며 "100명 정도만 구조됐고 나머지는 사망했거나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경비함을 급파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악천후로 어려움을 겪으며 2척은 아직 찾지 못했고, 구조된 일부 난민들 역시 저체온증이나 탈수로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졌다.
생존한 난민들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보트를 타고 이날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도착했으나 며칠간 음식과 물도 없이 바다에서 표류한 탓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의 플라비오 디 기아코모 대변인은 "보트에 타고 있던 난민들은 세네갈, 말리, 아이보리코스트 등에서 온 평균 25세 정도의 젊은 사람들"이라며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총과 채찍의 위협을 받으며 강제로 보트에 탔다"고 밝혔다.
이어 "밀입국 브로커들이 난민을 화물처럼 취급한다는 것을 보여준 비극"이라며 "7~8m의 높은 파도가 치는 악조건 속에서도 항해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들을 죽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민도 보호, 지원, 존중 받아야 할 인간"최근 아프리카에서는 가난과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항해조건이 어려워 새로운 삶을 찾기도 전에 사망하는 참사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는 "2000년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4만 명의 이민자가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했다"며 "유럽도 난민을 다 받아줄 만큼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랜 내전으로 시끄러운 시리아 난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민자의 22%가 시리아에서 온 난민으로 확인됐다.
유엔 국제이주기구의 프랭크 라츠코 책임 연구원도 "밀입국을 너무나 필사적으로 원하는 난민들은 브로커의 부도덕한 제안에 귀가 솔깃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곧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츠코 연구원은 "준비한 서류가 부족한 이민자라고 해서 범죄자로 볼 수는 없다"며 "그들은 보호와 지원, 그리고 존중을 받아야할 인간"이라며 난민들의 안전한 이민을 주장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주례미사 도중 사고 소식을 듣고 "희생자를 위해 모두 기도하자"며 "누구라도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국제사회가 단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너무 많은 난민들이 숨져 지중해가 커다란 공동묘지가 되는 것을 놔둘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