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도보행진단이 18일째 걷는 동안 '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첫 등장했다.
세월호 도보행진단이 18일째 걷는 동안 '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첫 등장했다. ⓒ 이영주

도보행진 18일째, 이제 이틀 후면 아이들이 있는 그곳이 보일 것이다. '세월호가족협의회 도보 행진단(아래 도보행진단)'이 12일 목포에서 진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도보 행진단은 지난 10일 무안에 도착, 무안제일교회에서 하루를 묵고 11일 목포에 도착했다. 거리로는 340km를 걷고 또 걸었다.

무안에서 목포 오는 길, 풍물패 30여 명이 앞장을 섰다. 국도1호선을 타고 걷는 길은 동학농민혁명 농민군의 피가 이곳을 물들였다는 구전이 전해오는 청계고개, 붉은고개, 지산고개 등 큰 고개 3~4개를 넘어야 한다.

고개를 넘는 동안 세월호 참사 때 부실 구조를 한 김경일(57) 전 목포해경 123정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승객를 위해 최소한의 역할과 의무도 하지 않은 해경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오늘처럼 앞으로도 수많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걸 체감한 듯 도보 행진단은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

무안에서 목포까지 오는 길이 외롭지만은 않았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무안군청에서 합류해 무안북초등학교까지 함께 걸었다. 장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300일을 맞아 가족들과 아픔을 나누고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데 동참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도보 행진단이 무안과 목포의 중간 지점인 무안군 청계면에 도착했을 땐 무안지역 스님과 수녀, 목사들이 차와 떡을 손에 들고 찾았다. 한 수녀님은 "세월호 가족들과 늘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세월호 도보행진단은 무안에서 목포까지 오는 길에 큰 고개를 3~4개 넘었다.
세월호 도보행진단은 무안에서 목포까지 오는 길에 큰 고개를 3~4개 넘었다. ⓒ 이영주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청계면에서는 목포에서 마중나간 시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합류해 도보 행진단이 1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무안에서 출발한 지 4시간 여 만에 도보 행진단은 목포에 도착했다. 팽목항에서 정기여객선이 다니던 곳, 세월호가 침몰한 조도 사람들이 대거 몰려 살고 있는 곳이다. 목포에서 가장 먼저 도보 행진단을 맞이한 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고등학생들이었다.

교복은 입은 고등학생 30여 명이 손 피켓을 들고 도보 행진단을 마중 나와 있었다. 고등학생들의 손에는 '미안해 잊지 않을게' '슬퍼하지 마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안해요. 힘내세요." 고교생들은 유가족들이 가까이 오자 먼저 눈물을 터뜨렸다.

학생들과 포옹을 하던 유가족들은 되레 "울지 마, 울지 마"하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그렇게 애써 무덤덤하게 학생들을 다독이던 유가족들도 복받치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유가족들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뒤돌아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도보 행진단이 목포시내 거리를 지날 때마다 곳곳에 노란 우산을 쓴 시민들, 대형 피켓을 들고 선 시민들이 이들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대열에 합류해 함께 걸었다.

행진단은 오후 6시 목포하당 장미의 거리에서 목포시민들과 만났다. 목포지역 고등학생과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행사를 지켜보던 최진철씨는 "저기 앉아 있는 유가족들 심정이 오죽할까. 가슴에 한이라도 맺히지 않게 국민이 나서줘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앞에 나온 도언이(3반) 어머님과, 준우(7반) 아버님은 "안산에서 출발해 언제 팽목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팽목항 지척에 와 있다"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을 가족 품에 안겨드리고 진실을 인양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목포시민 여러분의 관심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목포시민들과 만난 도보 행진단은 하룻밤을 묵을 목포청소년수련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압해한의원 정성빈 원장이 몸 성한 곳 없는 도보 행진단을 위해 뜸과 침으로 마음을 보태기도 했다.

12일 오전 8시 30분. 바람은 불었지만, 하늘은 맑고 햇살은 유난히 반짝였다. 도보행진단은 팽목항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디뎠다. 도보 행진단에서 "이제 이틀 후면 도착할 텐데..."라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팽목항까지 남은 거리는 73km. 이제 높고 험한 고갯길도 없다. '진도'라고 적힌 표지판이 행진단 앞에 보였다.

 목포하당 장미의 거리에서 고등학생들이 손 피켓을 들고 세월호 도보 행진단과 함께하고 있다.
목포하당 장미의 거리에서 고등학생들이 손 피켓을 들고 세월호 도보 행진단과 함께하고 있다. ⓒ 이영주

 목포에서 세월호 도보행진단을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손피켓을 들고 유가족과 만난 고등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목포에서 세월호 도보행진단을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손피켓을 들고 유가족과 만난 고등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 이영주



#세월호#도보행진단#목포#팽목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