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극적인 휴전 타결을 이뤘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정상이 12일 (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4자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의 휴전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에 성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마주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시간의 '밤샘토론' 끝에 15일 0시를 기해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을 중단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14일까지 양쪽 전선에서 최소 25km 이상 중화기 철수를 완료하고 50km 이상의 비무장 지대를 설정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감독을 받는다.
또한 모든 외국 군대와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포로 석방과 인사 징계 금지, 구호물자의 안정한 운송 및 분배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러 반군이 장악해 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에 대해서는 올해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인정하되 지방분권 강화와 특수지위 인정을 위한 개헌과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과 포로셴코 대통령이 합의에 성공하자 4개국 정상은 이번 합의 내용을 지지한다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미국 정부도 휴전 합의를 환영하며 중재를 맡은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는 차가웠다. 협상 당사자인 푸틴 대통령과 포로셴코 대통령은 공방을 주고받았고, 푸틴 대통령은 회담 도중 연필을 부러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 번 깨졌던 '위태로운 휴전'... 이번엔 지켜질까?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자 크림반도와 동부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반발하며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금까지 10개월간 5천 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뤘으나 불씨는 아직 그대로다.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지난해 9월에도 '민스크 협정'을 맺고 휴전했으나 불과 며칠 만에 교전을 재개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안 역시 민스크 협정보다 일정과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을 뿐 합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내 인생 최고의 밤은 아니었지만 주요 내용은 합의했다"고 밝혔고, 포로셴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양보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모두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합의에 이르렀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이제 남은 것은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독일과 프랑스가 이행 과정을 잘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한번 깨졌던 합의안을 거의 그대로 내놓으면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합의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태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