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먼저 보내고 또 차례상을 차렸습니다. 이 정부에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왜 수장당했는지 알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부모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정치는 모릅니다."외동아들에게 두 번째로 올리는 차례상 앞에서 아버지는 끝내 울먹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10일째 되는 19일 오후,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합동 차례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추석에 이어 설마저 이곳에서 보내는 고 오영석군의 아버지 오병환(43)씨는 이날 여러 차례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후 계절이 네 번 바뀌었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이 요원한 탓이다. 어두운 표정인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저는 아이들을 위해 안산에서 맞벌이를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저와 유가족에게 정부는 가혹했습니다. 올해는 꼭 진상을 규명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 때까지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정성스레 준비한 복주머니... 받아줄 사람 없다는 사실 슬퍼"
광화문 광장 한 가운데 마련된 차례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올랐다. 피자와 치킨, 과일, 음료수 등과 함께 품귀 현상을 빚은 '허니버터칩'도 있었다. 차례상 뒤편에는 희생자와 실종자의 이름이 적힌 복주머니 304개가 빼곡하게 걸렸다.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농성장 안 노란리본공작소에 모여 3일 동안 접은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60여 명이 참여했다. 연휴를 맞아 광화문 광장을 찾은 관광객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희생자들의 사진과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 메시지를 살폈다. 한복을 입고 차례상 옆을 내내 지킨 전서윤(16·여) 학생은 "취재진과 시민으로 붐볐던 지난 추석보다 농성장이 썰렁해졌다"라면서 "이런 날 일수록 유가족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에 내려가는 걸 미뤘다"라고 전했다.
복주머니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일일이 출력해 붙이는 일을 맡았다는 곽서영(29·여)씨도 "희생자와 실종자의 이름을 되새기며 새삼 이번 참사의 비극을 실감했다"라며 명절날 농성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곁에 있던 전춘자(64)씨 또한 "복주머니를 접으면서도 받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울면서 작업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외국에서 유가족 앞으로 보내온 편지도 소개됐다. 한국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가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고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직접 받아온 것이었다. 사회자가 낭독한 편지에는 "폭풍이 지난 후엔 하늘이 맑아질 것입니다", "신념을 잃지 말고 부디 매일매일 싸워주시라" 등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150편의 편지는 번역 후 농성장에 한켠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