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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임 포함 5만 원입니다."

겨울이 지나면서 사용하던 '아이폰5'가 예전같지 않아 회사 근처 사설 수리점을 찾았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1%가 되어도 꺼지지 않고 잘 버텨주던 녀석인데 요즘엔 20%나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심심치 않게 꺼졌기 때문입니다.

수리 기사는 "너무 오래 쓰셔서 그렇다"면서 배터리 교체를 권했습니다. "1년도 안 됐다"고 항변해봤지만 "그럼 손님이 전화기를 하루종일 쉬지않고 계속 쓰시는 모양"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직업이 기자니 별수 있나요. 어쨌든 배터리 상태가 나빠졌고 갈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폰5는 제품을 분해해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애플 AS 센터 공식 배터리교체 비용은 8만8000원. 사설 업체는 5만 원 정도로 싸지만 예상 밖 지출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가급적 최소 비용을 고민하던 차에 문득 이전에 쓴 기사(박살난 아이폰 화면, 직접 교체해봤더니)가 떠올랐습니다.

강화유리도 자가교체가 되었으니 배터리도 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아이폰5 배터리 가격을 검색해봤습니다. 배송비와 공구포함 3만 원 정도. 비용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결국 이번에도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배터리를 주문했습니다.

 아이폰5 배터리와 스마트폰 분해용 공구들.
아이폰5 배터리와 스마트폰 분해용 공구들. ⓒ 김동환

11개월 쓴 아이폰5, 왜 비실대나 했더니

이틀 뒤 공구와 새 배터리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본격적인 교체작업 전에 기존 배터리의 용량을 체크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폰은 'iBackupBot'이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컴퓨터를 통해 현재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에 파손으로 아이폰을 새로 교체받았습니다. 약 11개월 동안 572회 충전을 했군요. 수리업계에서는 통상 충전횟수가 500회를 넘으면 배터리 용량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원래 1430mAh였던 최대 충전가능 용량도 1200mAh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수리를 하기 위해 우선 전원을 끄고 유심칩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별모양 드라이버로 아이폰 하단부에 박혀있는 나사 두 개를 풀어줍니다. 흡착 패드를 화면 하단에 잘 부착한 후 아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힘을 줘서 전면 액정을 서서히 들어냅니다. 

5년 째 아이폰을 쓰면서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이유로 분해를 여러차례 해본 터라 이 과정은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분해를 처음하시는 분은 이 과정에서 절대로 흡착패드로 들어낸 액정과 핸드폰 본체가 90도 이상의 각도로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이폰 화면 상단 우측 부분에는 디스플레이 커넥터 등 액정 부분과 휴대전화 본체를 연결하는 여러가지 선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90도 이상의 각도로 벌어지면 이 선들에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일단 60~70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하면서 조그만 나사 세 개를 풀어내고 금속 덮개를 제거한 후, 도구를 이용해 문제의 연결부위들을 세심하게 분리해줍니다.

나사 세 개는 길이가 같지 않습니다. 두 개는 짧고 하나는 좀 더 긴데, 가장 긴 나사가 가장 오른쪽 구멍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 휴대전화가 액정 부분과 본체 부분으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배터리 가격 3만 원...차근차근 진행하면 누구나 가능


다음은 본체에 붙어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리해야 합니다. 아이폰 중앙부를 보면 검정색 배터리에서 나와 본체 쪽으로 연결된 선이 하나 보이는데 이걸 분리하기 위해서는 역시 세 개의 나사를 풀어야 합니다. 나사 세 개와 금속판 두 개를 걷어내고 플라스틱 도구를 이용해 커넥터 연결을 해제합니다.

이제 휴대전화에서 배터리를 떼어냅니다. 아이폰 배터리는 양면테이프로 고정되어있는데, 접착이 잘 된 경우는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배터리 교체 전체 과정 중 가장 어려운 작업입니다.

한 가지 반드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드라이버 같은 끝이 예리한 금속 막대기를 지렛대 삼아 함부로 배터리 밑에 밀어넣고 힘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겉이 무르기 때문에 드라이버로 잘못 찔러 손상이 생기면 화재 내지는 폭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잘 안 떨어진다고 하지만 아이폰 배터리도 사람이 붙인 것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떼어내면 결국 떨어집니다. 배터리를 분리한 후에는 뒷판에 붙어있던 양면테이프도 잡아서 떼어줍니다.

새 배터리 장착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우선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새 배터리를 고정시킨 후, 본체에 커넥터를 연결합니다. 그 다음에는 액정을 위쪽부터 다시 조립합니다. 긴 나사 하나가 가장 오른쪽 구멍으로 간다는 걸 잊으면 번거롭게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이전보다 최대 충전용량 25% 늘어나

 아이폰5 배터리 교체 전과 교체 후 배터리 체크 결과 .
아이폰5 배터리 교체 전과 교체 후 배터리 체크 결과 . ⓒ 김동환

마지막 하단부 별 나사 두 개를 조립하고 유심칩을 끼워넣은 후 전원을 켰습니다. 교체에 걸린 시간은 총 15분. 노트북에서 다시 'iBackupBot'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새 배터리가 맞는지 확인해봅니다.

'CycleCount'가 0인 걸 보니 새 배터리가 맞군요. 최대 충전용량도 1500mAh로 이전보다 25%나 늘어났습니다. 이제 1년 정도는 이 휴대전화를 더 사용해도 문제가 없겠습니다.

사실 새 휴대전화를 사서 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2년의 약정 기간도 다 지났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새 스마트폰을 사지 않고 기존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교체한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통신사와 2년 약정을 맺으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최신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가 않더군요.

단통법으로 통신사 보조금 제한이 생기고 지원금이 크게 줄어드니 소비자들은 새 제품이 나와도 쉽사리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습니다. 국회가 하루 빨리 통신사들 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내용의 단통법 보완안을 통과시키길 기대합니다. 그럼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겠죠?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온 동료 기자가 어지러운 책상을 보고 자초지종을 묻더니 자기 것도 해 달라고 합니다. 당분간 골치아프게 생겼습니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부업을 해 봐야 할까요?(웃음)


#아이폰5#배터리#배터리 교체#아이폰#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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