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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이듬해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에 입학한 32살 늦깎이 유학생입니다. 올해 7월 졸업을 앞두고,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말

요새 미세먼지로 전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들은 집 앞 슈퍼조차 나가기 꺼린다. 안개처럼 자욱한 미세먼지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창문을 닫아도 집안까지 먼지가 들어와 목이 칼칼해질 정도니 꽤나 심각한 문제긴 하다.

뉴스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에서 춘제(중국의 설, 春节)를 맞아 터트리는 폭죽 때문이라 한다. 이렇게 생긴 먼지들이 바다를 건너와 한국에서 골칫거리가 된다. 폭죽 터지는 장면을 직접 봤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위력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터트릴 때 메케하게 퍼지는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충격으로 생긴 먼지가 안개처럼 올라온다.

온 동네에서 터트리고 있으니 문제가 안 될 수가 없다. 중국에서도 폭죽으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 재산피해까지 생겨나니 본인들에게도 그리 득이 되진 않는 문화다. 게다가 옆 동네에 있는 죄로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는 우리 입장에서는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상하이에서 새해를 맞이했을 때였다. 숙소에서 중국 TV프로그램에 싸이가 나와 신기해하고 있을 때였다. '쾅쾅-'하며 전쟁이 난 듯 굉음이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후다닥 나가보니 사방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터지는 불꽃이 장관이었지만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화려함에 비례했다. 천지가 울리는 폭음에 귀를 막아야만 했던 것. 간간이 말로만 들었지 직접 경험한 것은 처음이라 한참을 어리둥절 서 있었다.

폭죽은 생각보다 그들의 문화에 깊이 들어가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으레 폭죽을 터트린다. 중국은 8을 재물이 들어오는 숫자라 여긴다. 그래서 아침 8시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에서는 하늘로 쏘아 올리는 폭죽이 아닌 땅에서 '펑! 펑! 펑!' 터지는 폭죽을 사용한다.

결혼식이야 날이 서로 다르니 전국에서 한꺼번에 터지지 않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축제 분위기도 좋지만 아침부터, 요란을 떠니 가끔은 과하다는 느낌이다. 바닥에는 먼지와 소음이 잔뜩 일어나고 잔여물들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깊숙이 뿌리박힌 문화라 당장 바뀌긴 힘들어 보인다.

중국 본토에서 황사의 최종 진화형을 만나다

 새해를 맞아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는 중국인들. 절 주변이 연기로 가득하다.
새해를 맞아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는 중국인들. 절 주변이 연기로 가득하다. ⓒ 김희선

나는 사실 한국에 있었을 때 황사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남들이 아무리 황사 때문에 콜록거려도 기침 한 번 없이 겉옷을 몇 번 털고 "아, 흙이 많이 묻었네"하고 말았다. 하지만 황사의 본거지 중국은 달랐다. 진저우는 발해만에 위치한 해변도시라 가뜩이나 강한 바람이 부는데, 거기에 모래까지 섞여 얼굴을 쉴 새 없이 때린다. 어린 시절 눈싸움을 할 때 최종 무기였던 돌 넣은 눈을 맞은 기분이다.

"진저우(锦州)에서는 1년에 2번 바람이 분다. 6개월씩 두 차례!"

진저우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결국 1년 내내 불어온다는 얘기다. 이렇게 바람이 유명한 도시인지라 황사가 오는 3월이면 거의 사막 수준이다. 눈알에 흙 알갱이들이 끊임없이 부딪히기 때문에 눈을 뜨고 다니기 힘들다. 얼굴도 금세 더러워진다. 살다 살다 이런 모래바람은 처음이었다.

3년 전에는 기숙사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온갖 모래바람과 매연이 뒤섞여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근처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다. 2~3일에 1번 쓰레기를 태웠는데, 언덕 너머로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면 일대가 자욱하게 퍼지는 탄내에 점령당했다. 꽁꽁 닫은 창문 틈새로 스멀스멀 들어와 방 전체에 냄새가 배었다.

바람·황사·매연이 삼위일체가 되어 황사의 끝판왕을 만들어 냈다. 소각장은 이후 사람들의 항의 때문인지 몰라도 없어졌다. 덕분에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 단언컨대, 그때의 오염된 공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더러운 쓰레기는 밖에다, 좋은 것은 집으로

 쓰레기가 집 주변 가득 쌓여 있다.
쓰레기가 집 주변 가득 쌓여 있다. ⓒ 김희선

쓰촨에서 케이블카를 탔었다. 케이블카 동선을 따라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앞 케이블카를 탄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수병과 과자봉지를 밖으로 던지고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도 아니고, 적잖이 놀랐다.

이후 중국 친구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나갔다. 진저우(锦州)에 큰 강이 있는데 겨울에는 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다. 건너면서 내려다보니 온통 쓰레기 밭이었다. 그런 광경은 1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라 친구에게 물었다.

"바닥이 온통 쓰레기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강에 떠다니다 물이 말라서 쓰레기가 보이는 거야."

친구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본 것이다. 친구의 표정을 보니 어째서 저 많은 쓰레기가 강에 넘치는지 이유를 물어볼 수 없었다. 외국인 앞에서 중국의 맨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난감함을 헤아려야 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이 강은 댐 공사로 인해 물이 없다. 하지만 쓰레기는 없어졌다. 차츰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방향으로 경험했던 일도 있다. 날이 풀리면 학교 주변으로 산책을 자주 한다. 근처에 작지만 광장도 있고 꽃을 심어 놓은 공원도 있어서다. 옆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가로수가 심어져 있었는데 유난히 휑하게 기둥만 남은 나무들이 있었다. 모습이 하도 해괴해 자세히 관찰하니 가지들이 억지로 꺾이고 잘려 나가 나무줄기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었다.

탐정이라도 된 양 사방을 날카로운 눈으로 탐색했다. 길가에 위치한 어떤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담장 안으로 수북이 쌓인 장작 때문이었다. 가로수와 똑같은 나무들이 집주인이 범인임을 짐작케 했다. 그저 집을 흘겨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어 답답했다.

 봄이 오면 학교 안은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봄이 오면 학교 안은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 김희선

우리 학교는 조경이 잘 되어 있다. 곳곳에 공을 들여 꽃과 화분도 넉넉히 배치한다. 커다란 호수 안에는 물고기들이 노닐고 가장자리에 버드나무가 늘어져 옛 중국 풍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봄이 되면 만개하는 벚꽃이 장관이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이 나들이를 많이 온다. 학교 측에서도 딱히 제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곧 발생했다. 무분별하게 꽃을 캐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가 하면 호수에서 물고기까지 낚시해서 가져갔다. 참다못한 학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정문에서 학생증 검사를 하기에 이상하다 했더니 배후에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

함께 발전해 나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호수와 폭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학교 전경
호수와 폭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학교 전경 ⓒ 김희선

지금 중국은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도 그 과정을 지나왔다. 문제는 커다란 땅덩이가 내뿜는 엄청난 양의 오염된 모래 먼지 때문에 자국은 물론 주변국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과도한 개발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나 싶다.

각 개인이 배려하며 공동체의 예의를 지키는 것 또한 결국 중국인 스스로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눈앞의 즐거움과 이익 때문에 중요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벌써 다가올 봄에 닥칠 황사와 추석에 터트릴 폭죽이 두려워진다. 여러 중국인이 염려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문제다.

현재 중국은 환경의 중요성과 문화시민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은 확실한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점차 긍정의 기운이 퍼지리라 본다. 중국의 긴 역사와 폭발적인 에너지는 분명 부럽고 배울 점이 많다. 다만 자신의 위세를 고집하기 전에 주변을 살피는 문화적인 중국 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중국#중국유학#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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