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에 작은 네팔이주여성노동자 쉼터를 연 지 두 달이 지났다. 네팔에서 한국으로 와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가끔은 자신의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와 소설을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네팔인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네팔한국문화센터 부대표인 모한까르기씨에게 벌써 두 달 전부터 책을 찾아서 준비해달라고 했고, 먼저 60여 권을 준비해서 보내왔다. 그동안 내가 모아온 책들이 나의 고향집에 준비되어 있다. 곧 수원집으로 옮겨올 것이다. 그리고 아내를 위해 그동안 네팔에 부탁해서 들여온 책들이 40여 권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120여 권의 책으로 작은 도서관을 시작한다.
올 7월 15일 네팔어 창시자이자 네팔 최초의 시인인 바누벅타 어챠르야(바누쟌티) 탄신 201주년에 맞추어 멋진 도서관 오픈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그때는 최소 300여 권의 네팔인 필독서를 갖출 생각이다. 도서관에는 특별히 네팔어-영어사전, 영어-네팔어사전, 영어-네팔어-영어사전 등이 준비되었다.
여기에 내가 쓴 책과 아내가 쓴 책도 책꽂이에 꽂힐 것이다. 이제 내가 사는 집은 네팔 책과 네팔여성이주노동자가 함께 어울려 네팔에 대한 사색을 깊이 하는 집이 될 것 같다. 네팔이주민들이 노동 후의 시간에 자국의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소양을 쌓을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난 설날, 네팔여성작가 쁘라가띠 라이(Praghati Rai)씨는 우리가 시작하는 일에 대해 듣고 우리집을 찾아왔다. 책을 들고 와서는 당장 대여해 갈 수 있는지 물었고 곧바로 5권의 책을 빌렸다. 그러고는 내가 쓴 두 권의 책을 구입하겠다며 만원을 내밀었다. 그녀도 작가이기도 해서, 작가들끼리 돈 주고 책 사지 않아도 된다며 설날 선물이라고 서명을 해서 건넸다.
이번 도서관을 준비하며 한국인이 읽어야할 도서 목록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훗날 네팔에 가게 되면 그곳에 한국인을 위한 도서관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 후다. 여행을 오시거나 임시로 머물게 될 한국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해보고 싶은 것이 나의 청사진이다.
아무튼 이제 막 시작된 네팔이주민여성쉼터와 네팔도서관에 도움을 주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책을 비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홀로 가는 길이 버거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그조차 즐거움이다.
혹시 독자여러분께서 네팔어 책을 읽거나 언어를 배우고 싶으시다면 길잡이가 되어드릴 수도 있으리라 조심스런 기대를 가져본다. 행복을 항상 가까이 하시려거든, 병들지 않고 죽지 않을 풋풋하고 생기있는 꿈을 간직하시라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