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동양시멘트(주)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조처를 취하라"는 고용노동부의 통보를 무시하면서 노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통보한 것과 달리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일부가 집단으로 해고됐다.
동양시멘트는 설 연휴 전 사내하청업체인 동일(주) 그리고 (유)두성기업과 체결한 도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고했다. 도급계약 해지가 통고되면서 설 연휴 하루 전인 지난 17일 사내하청업체 중 하나인 동일(주)가 노동자 101명을 집단 해고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동일(주) 및 (유)두성기업 대표이사 등의 보수를 동양시멘트가 결정하는 점, 양 업체는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독자적인 기계·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동양시멘트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는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업체들 중 적어도 2개의 기업이 '위장도급' 상태에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이어서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에 동일(주), (유)두성기업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 고용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판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의 통보가 있은 직후, 동일(주) 등과 맺은 도급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동양시멘트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과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통보한 내용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동양시멘트가 고용노동부 판정 결과 이행할 때까지 투쟁"결국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판정에 기뻐할 사이도 없이 다시 거리로 나서야 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부는 25일 삼척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집단해고'를 규탄하고 동양시멘트에 '고용노동부 판정 결과 이행'을 강하게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회사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며 미래가 없는 오늘을 살아왔다"며,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동양시멘트가 우리들을 속여 가며 노예처럼 부린 것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우리는 동양시멘트가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자신들의 불법 행위조차 인정하지 않고 하청 노동자를 집단 해고한 폭거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조 사수와 동양(시멘트) 자본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당당하게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기자회견 중에 '투쟁결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그리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시내 행진'과 '동양시멘트 규탄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투쟁결의 삭발식에는 최창동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위원장 등 4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노동자들은 3월 초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등 투쟁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창동 위원장은 이날 "동양시멘트가 동일(주)를 폐업시키고 새로운 위장도급 업체를 설립하여 동일(주)이 하던 업무를 이어갈 우려"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노조 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양시멘트가 도급계약 해지를 철회하고 고용노동부의 판정 결과를 이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인 동일(주)와 (유)두성기업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과 6월, 차례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그동안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 왔다. 그리고 조합원 중 15%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해 왔다.
동일(주)과 (유)두성기업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직후, 고용노동부에 '동양시멘트 위장도급 및 불법 파견 진정'을 접수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주)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고 판정하고, 동양시멘트에 "직접 고용"을 통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