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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하고 불공평한 재판이었다.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국가공권력에 의해 구타당하고, 안경이 깨지고, 옷이 찢어졌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고 누구고 아무도 '괜찮느냐'고 물어봐주지도 않았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 아니냐. 오히려 경찰은 연행하기에만 급급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가 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고 부당하다며 '불복종' 취지로 노역장을 선언한 최아무개(43)씨가 한 말이다. 진주에 사는 최씨는 26일 경남도청에 와서 밀양송전탑 반대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으로 가서 노역형 절차를 밟은 뒤, 진주구치소에 들어갈 예정이다.

 밀양 송전탑 연대활동가 최아무개(43)씨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고 부당하다며 불복종 취지로 26일 노역형을 선언한다. 사진은 최씨가 밀양 주민들과 함께 있다가 경찰에 연행될 당시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6번 철탑 공사장 입구 농성장으로 당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다 충돌했다.
 밀양 송전탑 연대활동가 최아무개(43)씨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고 부당하다며 불복종 취지로 26일 노역형을 선언한다. 사진은 최씨가 밀양 주민들과 함께 있다가 경찰에 연행될 당시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6번 철탑 공사장 입구 농성장으로 당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다 충돌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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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구치소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인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왜 그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활동과 관련해 주민과 연대활동가 60여 명(80여 건)이 재판을 받고, 지금까지 총 2억 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됐는데,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노역형 선언하기는 최씨가 처음이다.

최씨는 진주에서 전통문화 활동을 하다 2012년부터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어머니와 부인, 두 딸을 두고 있다. 그는 노역형에 대해 부인과 상의했지만, 어머니는 아직 모르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2013년 10월 3일 진주에 있다가 밀양으로 갔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하루 전날부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했고, 밀양 곳곳에서 주민과 경찰·한전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씨는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마산으로 갔고, 마산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밀양으로 갔다. 그는 시내버스를 타고 밀양 부북면 위양리 126번 철탑공사장 앞 농성장 쪽으로 갔다.

그가 몇 차례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밀양으로 가도록 만든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피멍이 든 밀양 할머니의 손을 찍은 사진을 보았던 것이다. 평소 인권단체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는 "사진을 보는 순간 밀양으로 가고 싶었다"며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는 "밀양에 도착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사전 정보가 없다보니, 제일 가까운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위양리 농성 현장으로 갔다"고 기억했다. 그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경찰에 연행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 뒤에 있었다. 마침 한전 직원들이 교대하는 시간이 되었고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주민들이 경찰에 고립되었다. 경찰이 카메라로 주민들을 채증했고, 한 할머니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지팡이를 들고 카메라를 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가 힘이 없었는지 경찰 대열 속으로 쓰러졌다. 뒤에서 그 장면을 보다가 할머니를 부축하려고 했는데 경찰에 잡힌 것이다. 그때 한 여성과 함께 같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최씨는 밀양이 아닌 다른 경찰서로 이송되어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상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한 순경(28살)이 최씨 때문에 상해를 입었다고 했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었다. 그는 경찰에 연행된 지 닷새만에 풀려났다.

경찰 조사와 관련해, 그는 "경찰은 순경 한 명이 저한테 맞았다는 내용으로 이미 조서를 준비해 놓았을 정도였다, 제가 날아와 방패를 와해시키고 상해를 입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며 "완전히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더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은 지난해 4월 3일,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7월 24일 상해·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상고하지 않았다.

최씨 측 김형일 변호사는 "다른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 중인 상황에서 최씨가 뒤쪽에 서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있다, 하지만 뒤늦게 최씨가 대치현장에 접근한 뒤에도 폭행상황은 찍혀 있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해가 최씨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 다른 사람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는 최씨의 상해죄를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만약 최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최씨는 할머니가 경찰 앞에서 넘어지자 부축하기 위해 대치현장으로 달려갔을 뿐이고, 경찰에게 상해를 입히고자 하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 경찰 방패에 몸이 부딪혔다는 사실만으로 방패를 잡고 있는 사람의 손에 상해를 입게 될 것을 예측하고 행동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아무개씨는 법원 판결에 불복종한다는 뜻으로 노역형을 선언했다. 그는 "연행과정이라든지, 경찰 조사에서 인권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며 "벌금 400만 원의 기준이 뭔지 의문이다, 제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밀양 송전탑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고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밀양 문제를 공권력과 벌금의 힘으로 풀려고 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밀양 방문이 2013년 10월 3일이 처음이었고 그 뒤로 전혀 가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투쟁 소식을 계속 접하면서 걱정해 왔다.

지난 2월 1일부터 노역장 유치금액이 하루 10만 원으로 되었다. 그런데 최씨는 1심 판결 때 '하루 5만 원'을 선고받았기에 26일 구치소에 들어가더라도 판결 대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에서 '밀양 송전탑 사법처리 불복종 노역형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는 최씨를 비롯해 노역형을 결의한 밀양 주민들이 참석해 개인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현재 벌금형이 확정된 김아무개씨와 다른 김아무개씨도 다음주부터 노역형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벌금 납부를 돕기 위해 '밀양 송전탑 법률기금모금위원회'를 구성하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노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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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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