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월요일 오후, 한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 가보는 취업 관련 카페다. 그 곳의 한 메뉴에서 "청년 혁신 활동가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물어보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청년 혁신 활동가?'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생소했다. 바로 검색해봤다. 검색 결과 서울시에서 청년 혁신 활동가를 모집하는 공고를 발견했다. 공고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공고] 2015 사회적 경제 청년 혁신 활동가 모집 공고 (~2월 27일)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성장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들에게 현장성 있는 훈련과 주체적 일 경험을 제공하는 서울시 사회적 경제 청년 혁신 활동 사업의 참여자를 다음과 같이 모집합니다. 모집 기간은 오는 27일 금요일까지며, 이와 관련된 박람회가 24일에 열린다고 적혀 있었다. 참여 분야와 사업장 명, 활동 개요가 간략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사업장 담당자와 얘기해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도 채용 박람회를 간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도 생겼다. 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곧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담당자로부터 확인 메일과 문자가 날아왔다.
지난 24일 불광역(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으로 향했다. 6년 전 대학 때문에 서울을 올라왔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불광역에 내려 지도를 보며 10분 간 걸어가니 건물이 보였다. 바깥은 한산했지만, 실내로 들어가니 다른 세상 같았다. 환한 불빛 아래 수 많은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얘기 나누고 있었다. 따스하고 화목한 분위기였다.
'안내소'라 적힌 곳에서 참가자 명단을 확인했다. 그런데 내 이름이 없었다. 받은 문자를 보여주니 "이 곳이 아니라 저 쪽 편에서 열리는 박람회"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친근한 잡 페어"그렇다면 여기는 무슨 박람회인지 혼란스러웠다. 알고 보니 내가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시 청년 허브에서 '청년 혁신 활동가'를 모집하기 위해 열린 '내-일박람회'였다. 박람회는 두 군데에서 열리는 것이었다. '청년 혁신 활동가'라는 범주는 같지만, 참여하는 사업장의 분야가 다르고 주최하는 곳이 달랐다.
다시 정리하자면, 첫 번째 박람회는 오전 11시부터 청년 허브 일자리 사업단에서 마련한 사업장-참여자 상호매칭 '내-일 박람회'가 열렸고, 두 번째는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에서 마련하는 '사회적 경제 청년 뉴딜 일자리 매칭 박람회'가 열린 것이다.
원래 신청했던 후자의 매칭 박람회로 가봤다. 같은 건물에서 조금 더 걸어가보니 서울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의 매칭 박람회가 한창 준비 중이었다. 원래 일정표에는 30분 간 미리 사전에 신청한 사업장의 담당자와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참여 사업장에 비해 참여자가 적은 탓인지, 그 일정과는 달리 자유롭게 다니며 상담할 수 있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총 세 군데 사업장의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업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깊이 있는 질문을 하진 못했으나, 대략 어떤 일을 하는 곳이며, 어떤 인재를 원하는 지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내-일 박람회'로 갔다. 그 곳에서는 정해진 타임 테이블대로 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4시부터는 3부가 시작됐고, 나는 관심 있는 분야의 사업장을 찾아갔다. 나를 포함해 총 5명의 참여자 그리고 담당자가 총 1시간 20분 가량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다.
어떤 사업을 하는 곳인지, 담당자는 어떤 경로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 중식은 무료 제공인지, 직장에서의 성비가 어떠한지, 스트레스 받을 땐 어떻게 푸는지 등등 참여자들이 사업장 담당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덕분에 대부분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A그룹 테이블 토크 때에 내 옆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질문하던 참여자, 심지수씨(27)에게 오늘의 박람회가 어땠는지 물어봤다.
"일단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보통 잡 페어를 가면 엄청 경직된 분위기고, 아예 만남 자체가 면접인 경우가 많아요.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는 거죠. 그런 분위기에서는 제가 어떤 말을 하는 게 다 평가 요소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는 되게 친근해서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깊이 있는 질문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한지도 몰랐던 점까지 물어보게 된 느낌이랄까요."
결과적으로 어느 사업장을 지원할지 고민했던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막연한 관심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주위에서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를 본 적도 없었고, 정보를 얻은 적도 없었기에 단체를 설립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기회였다.
앞으로도 이런 청년 일자리 사업들이 더 많은 청년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 또 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면서 나중에는 그 숫자가 조금 더 늘어나 더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참고할 만한 사이트>
청년허브 (http://www.youthhub.kr/)
사회적경제지원센터(http://sehu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