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11년간 예술영화를 상영해 호평을 받아왔던 대구지역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25일 오후 <갓 헬프 더 걸> 상영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있는 동성아트홀은 매년 200여 편의 예술영화를 상영해 왔으며 한 해 1만5000여 명의 영화 마니아들이 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한 이후 여러 형태로 자구책을 찾았으나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관하게 됐다.
동성아트홀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매년 6000여만 원 정도의 지원을 받아왔으나 지난해 '지원금에 비해 운영 실적 및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산 아트씨어터 C&C 등과 함께 지원사업 대상에서 탈락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동성아트홀에 지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자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예술영화관제도 자체에 느닷없이 산업논리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작년 말 극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인센티브까지 지급하고는 올해 돌연 부실한 극장이라 낙인찍고 탈락시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불통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자구책을 찾으며 매월 400만 원 정도의 적자를 보여왔던 동성아트홀은 누적적자를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폐관을 결정했다.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적자를 보며 버텨왔지만 향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대신 복합상영관인 롯데시네마를 지원 대상에 선정했다. 롯데시네마는 전국 5곳 상영관에 대해 모두 9000여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비판여론이 일자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영진위는 이 금액을 다른 예술전용관에 지원하는 대신 불용처리를 해버렸고 롯데시네마는 대구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하던 아르떼관을 없애버렸다.
영진위가 올해 새로 지원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성아트홀이 지원을 하더라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폐관의 원인이다. 영진위가 예술영화관에 지원할 예정인 지원금도 3900만 원 정도로 줄고 영진위가 지정한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다른 자율성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동성아트홀은 최근 인수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매월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대구시와 중구청 등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성아트홀은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동성아트홀릭'을 통해 폐관 결정을 회원들에게 알렸다. 공지글에서 "6개월 이상 버텨오고 있었으나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지난 11년간 2000편에 가까운 영화를 개봉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예술영화관이라는 평가도 받았으나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대구시교육청이 2만6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국제시장>을 무료로 관람하게 하면서도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듯이 정부와 지자체는 예술영화관에 지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성아트홀에서 마지막 영화를 관람한 이상용씨는 SNS를 통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손님이 아주 많네요. 평소에 이 정도였더라면 문 닫지 않았을텐데..."라며 예술영화관이 사라지는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영진위가 사업에서 탈락시킨 예술영화관은 동성아트홀을 비롯해 부산 아트씨어터 C&C, 경남 거제 거제아트시네마, 안동 중앙시네마, 대전 아트시네마 등 모두 지역에 있는 영화관이다. 이 중 거제아트시네마가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고 동성아트홀의 폐관에 이어 대전 아트시네마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