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상록수>의 저자 심훈 선생의 친필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버지니아주 페어펙스에 위치한 '윌리엄 조 평화센터'에서 '심훈 미주기념관"(대표 심재호),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대표 윤흥노)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전시회에는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동포들이 다녀가며 동포사회에 3·1운동의 뜻을 새기고 심훈 선생의 민족정신을 새기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심재호(심훈의 3남) '심훈 미주기념관' 대표는 "<상록수>는 우리들의 자존심이고, '그날이 오면'은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가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그날의 아픔을 느끼고 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논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훈은 3·1 만세 운동으로 투옥된 후 어머님에게 편지를 보냈다.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 데 뭉쳐 행동을 같이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그는 민족의 해방이 결코 쉽게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을 예견하며, 민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후세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3·1 운동 96주년이다
E. H.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심훈 친필 전시회'는 그런 의미에서 단지 전시회가 아닌 "역사와의 대화"이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왜곡된 역사 위에 또 다른 역사 왜곡이 중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회 기간 중 특별행사로 준비된 '3·1운동 96주년 기념식'에서 "심훈의 사상과 민족정신"을 주제로 양현승 목사(워싱턴시민학교 이사장)가 강단에 섰다. 그는 "온 민족이 바라는 '그날'에 대한 영원을 심훈은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며 "96년 전 '그날'의 소망이 해방이었다면, 오늘 우리들의 소망인 '그날'은 바로 통일이다"며 강조했다.
양현승 목사는 강연에서 "이러한 심훈의 생각이 이제 우리의 생각과 의지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심훈의 혼과 민족 사랑이 더 큰 어머니-민족의 핏줄이 되어 우리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 총독부에 의해 새빨갛게 밑줄 그어져 거부당했던 심훈의 글이, 2015년 우리들의 가슴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심훈의 사상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설명했다.
통일된 정부에 유품 전달하고 싶다
바른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역사가 개인만의 임무가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것이 번영과 발전을 담보해 내기 때문이다. 미주 기념관 심재호씨는 이번에 전시한 유품은 "소장하고 있는 것들 중 아주 소수인 50여 점"이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전시하고 알리고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젠 아버지 심훈이 아니라 작가로서 그리고 민족을 사랑했던 분으로서 여러분들에게 되돌려 주고자 한다"며 "앞으로 '심훈 미주기념관'을 통해 1.5세나 2세들의 역사 교육과 민족 사랑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심훈은 그의 시에서 식민지 지식인의 아픔에 대해 "광복의 날이 오면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 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라"라고 표현하며 절규했다.
이번 전시회 준비를 도운 심훈 선생의 손녀 심영주씨는 "3·1운동 96주년을 맞이하며 할아버님의 민족의식과 약소국 저항 정신을 후세들에게 알리고 그분의 친필 작품을 통해 조금 이나마 식민지 지식인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활동을 경험해 보고자 한다"고 전시회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친필을 포함해 4000여 점의 심훈 유품을 소지하고 있는 심재호씨는 "이 유품들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통일된 정부가 들어서면 그때가 '그날'이다"라고 말했다.
농촌 계몽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상록수>의 저자이자 저항 시인 겸 영화인인 심 훈 선생을 기리는 '3·1운동 기념 심 훈 친필 워싱턴 전시회', 이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그 전시회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후세들을 통해 심훈의 정신을 계승하고 민족 사랑을 되새기는 데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