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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교실 건물 총동창회에서는 이 건물을 역사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교실 건물총동창회에서는 이 건물을 역사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오명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5년 4월 10일에 개교한 이리초등학교(교장 이향진·익산시 마동)가 올해 100주년을 맞아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 도농도시인 익산시 농촌지역(여산, 금마, 함라, 용안) 학교를 포함하면 다섯 번째로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통합하기 전 이리시(현 익산시) 도심권에서는 첫 번째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학교가 됐다. 이에 오는 4월 11일 오후 4시부터 이리초교 건승관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리초교 총동창회(회장 박기원)는 지난 2013년 5월 3일에 임시총회를 열어 현 박기원(53회)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출한 후, 지금까지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일 총동창회 사무실(인북로 145, 남중동)에서 여강현(56회) 부회장과 조규태(57회) 사무총장을 만났다.

시골에서 유학 오는 학생도 있던 그 시절의 이리초교

부회장과 사무총장 인터뷰를 가진 여강현 부회장(56회ㆍ오른쪽)과 조규태 사무총장(57회ㆍ왼쪽)
부회장과 사무총장인터뷰를 가진 여강현 부회장(56회ㆍ오른쪽)과 조규태 사무총장(57회ㆍ왼쪽) ⓒ 오명관

여강현 부회장은 "조 사무총장과 내가 학교를 다녔던 시기가 1967~1968년부터 1971~1972년 사이"라며 "(당시_ 이리초교 인근은 대부분 논두렁·밭두렁으로 남중동·갈산동·창인동·중앙동 등지에서 이리초교로 다녔고 심지어 왕복 2시간 거리를 통학했던 학생들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규태 사무총장은 "당시에는 익산군과 이리시로 나눠져 있었기에 시골지역인 익산군에 사는 학생 중 시내권인 이리시의 친척집으로 와 이리초교로 다녔던 유학생(?)들도 있을 정도"라며, "학생 수만 해도 4000명이 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2부 수업 심지어 3부 수업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많아진 학생으로 인해 분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갈산동을 비롯해 그 인근 학생들을 위해 이리초교 15학급의 여학생들을 1945년에 갈산동에 중앙초등학교로 분교해 보냈다. 또한 1963년에 남중동과 창인동에서 통학하는 1학년과 2학년 학생을 위해 남창초등학교를 분교한 후, 6개 학급으로 개교했다.

현 이리초교 교정 이리초등학교 교정으로 100년을 지켜왔다.
현 이리초교 교정이리초등학교 교정으로 100년을 지켜왔다. ⓒ 오명관

여 부회장은 "예전에는 많은 학생들로 인해 소풍날만 되면 장관이었다"며 "학생은 물론 부모님과 동생들도 함께 갔기에 소풍은 집안의 축제였고, 가을운동회는 지역 축제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 부회장은 "주민들과 함께했던 그 때가 기억난다"고 추억에 잠겼다.

조 사무총장은 "제가 학교 다닐 때, 퇴비 모으기 운동도 했었다"며 "학교에 실습지가 있어 이곳에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라고 웃었다.

역사를 증언하는 이리초교, 그 오랜 역사

이렇게 학교가 오래되다 보니 3대가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동문의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김영일(53회) 현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장이다. 김 서장의 할아버지가 12회, 아버지가 26회 졸업생이다.

김 서장은 당시 익산군 춘포면 석탄리(현 익산시 석탄동 옛뚝마을)에서 살았고 이리초교까지는 약 4km정도 되는 거리를 3대가 다 통학했다고 한다. 김 서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3번씩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만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한다.

100살이 된 이리초교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일제강점기에서 시작해 광복과 6·25전쟁을 겪었고 심지어는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를 지켜봤다. 100년의 역사 속에, 일제시절에 지어진 학교 건물 일부가 지금도 남아있다.

여 부회장과 조 사무총장은 "총동문회가 결성된 지 2년 밖에 되질 않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박기원 회장이 1억여 원을 쾌척해 지금까지 잘 이끌어 왔다"며 "10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면 동문들의 기부금을 모아 모교 발전과 후배 교육 환경 개선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형제자매가 많아 같이 손잡고 학교에 갔던 기억이 있다"며, "형이나 누나는 동생들이 잘 있는 지 교실로 찾아와 살펴보는 등 참으로 정감이 가는 학교 생활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정에 1~2명밖에 없다보니 이러한 정감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학생수가 많이 줄어 앞으로 이리초교를 특성화학교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개교 100주년 미래 100주년'을 슬로건으로 정했다"며 "그 첫 번째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78년 된 건물을 학교와 운영위원회 측과 잘 협의해 이리초교의 역사박물관을 뛰어 넘어 익산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 역사관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리초교 개교 100주년 기념비 이리초교 정문에 설치돼 있는 가운데 기념식날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리초교 개교 100주년 기념비이리초교 정문에 설치돼 있는 가운데 기념식날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 오명관

한편 이리초교는 지난 2월(제99회 졸업식)까지 총 3만3275명의 졸업생이 배출된 가운데 백남선(44회) 이화여대 여성암병원장, 박기원(53회) 서정한의원 원장·총동창회장, 김영일(53회) 현 부천 소사경찰서장, 심보균(56회) 전라북도청 행정부지사, 이병창(57회) 익산 나은병원장, 김승수(65회) 현 전주시장 등이 동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익산시민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리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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