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제 일자리와 알바(아르바이트)만 늘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라고 기대했는데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정부의 여성정책에 반대하고 페미니스트를 선언하고자 합니다. 페미니스트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가고자 합니다."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제22차 대구여성대회가 여성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주제로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렸다.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여성선언문을 통해 다양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실현하는 사람들로 페미니즘은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생각들이라고 정의했다.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증오하는 극단적 여권숭배자로 오인되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것은 '커밍아웃'이라며 페미니즘의 정의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대회 참가자들은 다양한 페미니스트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거부하고 최저임금, 시간제 일자리,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대책을 요구하고 생명의 가치 실천을 선언했다.
여성장애인의 차별과 폭력이 없는 세상, 여성장애인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기회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페미니스트,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초국가적 자매애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제가 만든 성매매 집결지인 대구의 속칭 '자갈마당'을 폐쇄하고 여성의 인권과 시민의 권리를 되찾고 성폭력은 '너'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당신'의 일이라며 성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순 대구경북여선단체연합 대표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임에도 '성 격차 지수'는 142개국 중 117위로 OECD 최하위국가"라면서 "권력형 성희롱과 인종차별 등 모든 여성의 차별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김태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여성단체들이 '양성평등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진보다'라고 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나눔과 배려, 돌봄과 협력의 세상을 만드는게 페미니스트다, 나는 페니미스트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매년 대구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상 수여식도 진행됐다. 이날 성평등 디딤돌상은 대구교육대학교 총학생회가 받았다. 대구교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대구교대 총장이 대만에서 열린 학생간부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성희롱·폭언을 한 사실을 폭로했다.
여성대회 조직위는 대구교대 총학생회가 예비교사로서 인권의식과 성평등 의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학우를 위해 용기 있게 앞장섰다고 수상 사유를 설명했다.
반대로 성평등 걸림돌상은 대구교대 남아무개 총장이 받았다. 남 총장은 총장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인권의식과 성평등 인식이 있어야 함에도 성희롱을 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성평등 걸림돌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남 총장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성평등 걸림돌상은 지난해에는 이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이 받았다.
문화발언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고단한 일생을 대구여성노동자회가 몸짓을 통해 표현하고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 여성들의 사회적 피해를 담은 '폭력을 넘어 변화의 공간으로'라는 내용으로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