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을 읽다보면,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강력반의 형사들.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정생활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강력반의 형사라면 당연히 강력범죄를 자주 접하게 될 테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많이 상대해야 한다. 업무의 특성상, 연쇄살인 같은 대형사건이 터지면 야근이나 철야를 하는 날도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족을 돌보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동시에 형사라는 직업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주 보게 된다. 잔인하게 살해 당한 시신, 피투성이의 범죄 현장,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토막살해 당한 시신의 일부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건에 관한 사진과 자료들을 집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가족들이, 어린 아이들이 우연히 그런 사진들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형사 아버지와 살고 있는 13세 소년미야베 미유키의 1994년 작품 <형사의 아이>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형사에 대해서 '세상의 불쾌한 면, 지저분한 면만 보면서 사는 직업'이라고 비난한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형사로서의 삶을 살다 보면 그런 면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의 가족으로 살면서 좋은 점은 없을까. <형사의 아이>의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 '야기사와 준'이다. 그의 아버지는 형사이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한 상태다. 어머니는 '형사의 가족'이라는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택한 것이다.
준의 아버지는 형사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내에서 능력도 인정 받고 있다. 준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범죄수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아버지를 도와서 사건수사에 가담하려고 한다.
<형사의 아이>에서는 잔인한 연쇄살인, 그것도 젊은 여성의 시신을 절단하는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웬만한 13세 소년이라면 이런 사건에 관한 얘기를 듣는 것도 꺼릴 것이다. 하지만 준은 형사의 피를 물려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사건수사에 뛰어들려고 한다.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도 모르면서. 이제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한 아버지와 아들의 활약이 시작된다.
강변에서 발견된 토막 시체<형사의 아이>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 안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후 작품들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이 담겨 있다. 잔인한 연속살인, 악취가 풍겨나는 시신의 유기, 의외의 범인, 생각하기 힘든 범행의 동기 등.
'형사의 아들'이 주인공인 범죄소설이라면, 우선 '앨러리 퀸 시리즈'가 떠오른다. 거기서도 주인공 퀸은 경시청에 근무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건 수사에 가담한다. 퀸은 노총각이지만 <형사의 아이>의 주인공은 고작 13세 소년이다.
범죄사건에 호기심이 많은 소년이라면, 형사가 아버지일 경우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또는 동료에게 듣고 자신도 나름대로 추리해볼 수 있다. 범죄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속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만큼 흥분되고 실감나는 일이다.
반면에 안 좋은 점도 있다. 형사라는 직업은 그 특성상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그것은 가족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이 형사의 가족을 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소년 탐정'을 꿈꾸어보았던 독자라면 상상해볼 만한 일이다. 자신이 형사를 도와서, 그것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어서 복잡한 사건이 해결된다. 이거야말로 소년 탐정의 로망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권영주 옮김. 박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