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엽 안무의 <Fake Diamond>가 지난 6일과 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차진엽의 2011년작 <Fake Diamond>를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차진엽이 예술 감독으로 있는 Collective A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후원, 2014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사업 우수 작품 재공연작으로 선정돼 진행했다.
공연은 차진엽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다양한 동작과 면밀한 군무 구성이 특징이었다. 또한 시원한 풍자와 상징도 선명하게 살아있었다. 도입부터 충만한 에너지로 시작해 Graye Moon의 반복적이고도 강렬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무대 위에 천장에는 철사로 다이아몬드를 상징화한 구조물이 수십 개 4~5열 줄지어 매달려있다. 로비에도 대형 다이아몬드 구조물이 전시돼 있는데, 허영과 가식, 부패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도를 표면에 드러낸 공연 제목과 오브제들이 무용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1부가 시작됐다. 차진엽이 엉덩이와 가슴에 솜 등을 넣어 극단적으로 부풀려 그 몸의 곡선을 한껏 강조한 과장된 동작이다. 한 남자와 그 남자 옆에서 검정 칠을 하고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하는 남자, 몸에 딱 붙는 살색 옷을 입고 여성미를 풍기며 뭔가 야릇한 동작을 계속하는 2인무의 여자들이 도입부에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공주풍 드레스에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반복해 흔드는 2명의 여자, 빨간 치마를 입고 푸닥거리 같은 동작을 하고 깃발을 쟁취하려는 여자 등 총 여덟 명 제각각의 움직임이 무대 앞부터 뒤까지 원근법처럼 무대를 채운다. 그리고 차진엽의 강렬한 독무가 이어지고 차진엽까지 여덟 명 군무의 힘찬 동작에 이어 무대가 온통 휴지와 종잇조각이 바람에 날리고, 살색으로 벗은 군무진의 괴로운 몸짓까지 짧은 순간이 긴 호흡의 다양한 동작으로 밀도있게 상징적으로 펼쳐졌다.
인터미션에는 디퍼, 배인혁, 서일영, 양문희 네 명의 게스트 무용가가 20분 동안 극장 로비 곳곳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1부 무대의 추상적인 군무에 더해 현장감 넘치는 거리극의 느낌까지 가져가게 된다. 2부에서는 인터미션의 기운을 담아 네 명의 게스트 무용가도 함께 무대에 등장하고, 1부 보다 발랄하면서도 더욱 풍자가 가득하다. 예수와 교회에 대한 시선, 왕관 쓴 여인, 시위와 선거 등 풍자와 비판의 시각을 표면에 드러낸다.
'그래 차진엽, 네가 甲이다'는 플래카드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무용가의 슬픈 시각 또한 갑질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이 세상의 허위와 허식을 생각해 보는 이 무대도 한 판의 쇼, 결국 갑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리임을 상기한다.
일단 차진엽의 안무에는 표현하려는 바가 명확하고, 그것을 무대라는 한 공간에서 전경, 중경, 후경의 세 층으로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각자 움직이기도 하고 다 함께 움직일 때도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는 전체가 한 동작으로 파워풀하게 말하고, 꿈틀거리는 각자의 표현이 필요할 때는 미세한 각 독주자의 움직임이 모여 전체를 이루도록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작 자체가 작은 차이 하나로 무척 다양하고 살아있다. 무용이라면 몸 동작이 볼만해야 하고, 음악이라면 소리 자체가 재밌어야 하지 않은가. 그 기본에 가장 충실하고, 다양한 움직임 연구가 차진엽 안무와 Collective A의 특징과 차별점으로 보였다. 작은 동작 하나가 서서히 변형돼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따라서 한 동작의 호흡선이 길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예술가가 있지만, "저 사람 춤은 좀 다르더라" 그런 것이 있는 안무가, 차진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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