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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아일랜드의 매력은 비슷한 듯 비슷해 보이지 않는 자연의 모습, 인적이 드문 낯선 시골 길을 걷다가 언젠가 한 번 와봤을 것 같은 익숙한 장소를 발견하는 것, 보물찾기하듯이 곳곳에 숨어 있는 아일랜드의 천혜의 자연을 찾고 또 찾는 과정 등 뜻하지 않게 만나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일랜드에서는 인간의 힘으로 창조된 건축물이 아닌, 신의 숨어 있는 자연의 걸작품을 찾고, 그 자연 앞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너무 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의 엄청난 선물은 대서양 끝자락에 있는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해리 포터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될 만큼 유명세를 탄 곳이다. 실제로 그곳에 가면 장엄한 대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절벽의 길이가 8km 이상이 되고 300m의 높이를 자랑한다는 객관적인 수치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곳에 가면 '멋지다', '와!'라는 짧은 감탄사로 모든 감정이 일축되어 버린다.

모허 절벽과의 첫 만남

 모허 절벽 비지터 센터 안의 모습.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은 곳이다.
모허 절벽 비지터 센터 안의 모습.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은 곳이다. ⓒ 김현지

유난히 해가 길던 7월 초의 어느 여름, 우리 가족은 저녁 해질녘에 모허 절벽을 찾아갔다. 아일랜드의 여름 역시 북유럽의 여름처럼 해가 길어 늦게까지 여행을 하기 좋다.

모허 절벽에 도착했을 때 시계의 시침은 이미 8시가 넘어 있었지만, 몸과 눈으로 인지하는 느낌은 오후 3~4시의 햇살을 받고 있는 듯했다. 이곳은 특이하게 주차장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차 안에 타고 있는 인원수를 직원에게 말해주면 인원수대로 입장료를 끊고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차를 주차한 후 천천히 모허 절벽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입구에는 아일랜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비지터 센터(Visitor Centre) 안에는 모허 절벽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이 근처에 사는 동식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들을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고 전시해 놓고 있었다.

"자기, 모허 절벽 나무 조각상 앞에서 사진부터 찍고 시작하자."

유난히 사진 찍는 것을 중요한 의식으로 생각하는 한국사람답게 우리는 비지터 센터 앞에 있는 나무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절벽으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허 절벽 입구에 서 있는 나무로 된 조각상
모허 절벽 입구에 서 있는 나무로 된 조각상 ⓒ 김현지

아일랜드 관광지의 특징 중 하나는 안전장치가 아주 허술하다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인지 사람이 그만큼 오지 않아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인지 유명하다고 알려진 관광지조차 허술한 안전장치에 놀라며 몸을 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 비하면 모허 절벽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다른 곳보다 안전에 신경을 써서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처음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자연의 숭고함을 경험하는 순간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의 모습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의 모습 ⓒ 김현지

자연주의 시인인 윌리엄 위즈위스는 우리의 영혼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감정들을 느끼기 위해서 풍경 속을 돌아다녀 보라고 권했다. 나는 모허 절벽에서 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절벽의 모습을 한 마디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8km 이상 되는 절벽은 바다와 육지를 300m 이상의 높이로 나눠놓고 있었다.

수천 년의 압력을 말해주는 단층과 양쪽의 시간대가 서로 어긋나 서로 다른 높이를 가진 단면들을 이곳에서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지구의 판 구조가 화강암을 찰흙 주무르듯이 주물러 대서양의 바다와 육지를 갈아 놓은 이곳은 신의 완벽한 걸작품이었다.

신은 어떻게 이런 자연을 창조하셨을까?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 셔터를 마구 눌러대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풍경은 실망 그 자체였다. 눈에 보이는 그 느낌과 그 사실을 사진에 담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아름다운 자연들을 그냥 지나치기 싫어서 내 마음속에 내 카메라 속에(실제의 100분의 1의 감동도 전달되지 않는 사진들을) 마구 담아 놓았다.

"자기, 저 사람들 봐봐... 절벽 밑으로 떨어지겠다!"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의 모습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의 모습 ⓒ 김현지

몇몇의 여행자들이 더 멋진, 더 스릴 있는 절벽의 모습을 보기 위해 표지판의 경고를 무시한 채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절벽 끝에 앉아 다리를 흔들흔들거리며 즐거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절벽 끝에 바짝 엎드려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즐길 수 없는 특별한 스릴을 즐기면서 자연이 한없이 베풀어 주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숭고한 자연이 나에게 준 값진 선물

 모허 절벽(Cliffs of Moher) 의 모습
모허 절벽(Cliffs of Moher) 의 모습 ⓒ 김현지

늦은 저녁에 찾은 모허 절벽. 몇 억 년 전에 만들어진 절벽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 8km 높이에서 대서양을 마주 내려다보면서 느끼는 감정, 일련의 가파른 절벽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이런 곳에 인간은 그저 먼지에 불과해 보였다.

광활한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약간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있는 강함이 아니라 우리의 한계를 벗어난 강함이었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 대신 경외와 존경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모허 절벽은 나에게 부족하고 못난 면에 자책하는 대신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좀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들, 나를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로 내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모허 절벽에서 느꼈던 자연의 숭고함을 떠올리곤 한다.

광대한 공간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그때의 그 느낌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건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숭고한 대자연은 부드럽게 나를 다독이며 나의 한계를 인정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모허 절벽 공식 웹사이트: http://www.cliffsofmoher.ie/

* 입장료:
어른: 6유로
16세 이하 어린이:무료
학생/노인/장애우: 4유로



#아일랜드#골웨이#모허절벽#클립스오브모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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