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조례를 개정하려하자, 시민단체들이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차준택)는 지난 1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민관협의회 공동의장을 시장에서 경제부시장으로 격하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개정안을 수정·가결했다.
당초 새누리당 소속 유일용·신영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주민참여예산 민관협의회 폐지'와 '중장기 예산 편성과 대규모 투자 사업 예산 제출 조항 삭제'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를 거슬러 시민의 참여 권한을 축소하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획행정위 회의 시작 전,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은 회의장 앞에서 '주민참여예산 조례 개악 반대', '인천시의원은 시장 들러리?'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자, 기획행정위는 면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획행정위가 시간을 한참 끈 뒤 시민단체 대표 두 명하고만 면담하겠다고 밝혔고, 시민단체는 이를 거부했다.
기획행정위가 수정·가결한 개정안은 현행대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되, 민관협의회 공동의장을 시장에서 경제부시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민관협의회는 시민 99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위에서 건의한 예산안을 심의하는 민관 공동기구다. 현재 시장과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와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기획행정위가 수정·가결한 개정안도 반대하고 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시장이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시민의 의견을 듣는 상징성이 있었는데, 경제부시장이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할 경우 그런 상징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는 경제부시장과 주민참여예산위가 민관협의회에서 어떤 사안을 결정했다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거부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명희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민관협의회를 존치시키면서 공동의장을 시장에서 경제부시장으로 격하시킨 시의원들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며 "수정안에 동의한 기획행정위 소속 의원들은 이를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례에는 주민참여예산 지원협의회를 설치하고 협의회 기능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와 규칙에 관한 의견 제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조례 개정 과정에서 시나 시의회는 간담회나 토론회를 제안하거나 개최하지 않았다"며 "시나 시의회가 시민과 충분히 논의한 뒤 개정해도 늦지 않음을 건의했으나, 기획행정위는 이를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아울러 "지원협의회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시의회 스스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이라고 한 뒤 "시민단체와 시 주민참여예산 위원들, 10개 군·구의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이 만들어온 주민 참여와 재정민주주의 성과를 지켜내기 위해 주민참여예산 조례 개악 반대 서명운동과 본회의 저지 투쟁을 강력하게 벌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