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저는 다음달 초 신부 박소담과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3개월 전 몇 군데 스튜디오를 둘러본 후 마음에 든 한 스튜디오와 소위 '스드메 패키지'로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으레 결혼식 전에 찍는 웨딩사진은 촬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겠지만, 예비신부와 '사진작가 없이 웨딩사진을 찍기'로 했거든요.
결혼사진 업체에서 찍어주는 판에 박힌 배경, 판에 박힌 구도가 싫었습니다. 나름 상업화된 결혼식 풍토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달까요? 저희 예비 부부는 최소한 돈 들이지 않고, 나름 내실 있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예비신부는 사진 찍어주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그냥 사진도 아니고 웨딩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 의아해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찍을 수 있다며 설득했습니다. 덕분에 결혼식장을 패키지로 예약할 때 식전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해 바로 40만 원을 아낄 수 있었죠. 예비신부에게는 웃으며 40만 원어치 옷을 사라고 했습니다.
리모컨으로 웨딩사진을... 과연 가능할까요하지만 촬영하기로 한 날을 2주 남겨두고서야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셀프웨딩' 사진을 선호하는 젊은 커플들이 늘어났다고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웨딩 커플들을 위한 렌탈 스튜디오도 많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웬걸. 제가 사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모든 스튜디오는 아기 전용 스튜디오뿐이었고, 저희 예비신혼부부들이 찍을 만한 스튜디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정한 의미의 '셀프'로 웨딩사진을 찍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셀프 사진은 삼각대를 놓고 직접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찍는 것이었는데, 웨딩 사진을 이렇게 찍는 사람은 드물었던 거죠. 당연히 이런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스튜디오조차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웨딩 사진에 있어서 '셀프'란 신랑 신부가 전문 사진가를 고용한 후 주로 야외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포즈로 찍는 사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서툴거나 어색하더라도, 전문사진가가 아닌 친한 지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예비 부부들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과 업체를 통해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다를 겁니다. 남들과 다른 결혼식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던 터라, 지인들과 함께 웨딩사진을 촬영해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지인들과 사진을 찍더라도, 일단 저희 예비 부부 둘만을 위한 웨딩사진을 먼저 촬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생스럽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셀프'사진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도 마땅한 촬영 장소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3월의 야외는 아직 추위도 덜 풀린 데다 나무나 꽃이 우거진 장소 또한 찾기 힘들었거든요.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이 그나마 배경으론 괜찮은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대나무가 주는 청량한 느낌이 저희가 원하는 화사함이나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어 야외 촬영은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희는 아기 전용 스튜디오라도 찾아가 웨딩 사진을 촬영할 수는 없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아기 전용임을 내세웠지만, 둘러보니 가족, 커플 사진을 위한 공간도 따로 갖춘 스튜디오가 광주에는 두 곳이 있더군요. 둘 다 비슷한 느낌의 스튜디오였는데 좀 더 아기자기하고 자연광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골라 예약을 하게 됐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신부 메이크업이 가능한 장소를 물색하고, 제가 착용할 나비 넥타이, 신부가 입을 세미 드레스, 구두, 무선 사진 촬영을 위한 리모컨 등의 준비물을 하나 둘씩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장과 각종 소품들도 미리 챙겨뒀구요. 사진 촬영 당일 스튜디오를 찾아가는데 정장과 드레스, 청바지, 남방, 기타 소품, 카메라 장비들… 어찌나 챙길 게 많고 무겁기만 하던지 손이 부족했습니다.
본격적인 촬영은 조명을 세팅하고 초점을 맞추느라 시간을 조금 허비한 것만 빼면 다행히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스튜디오 사장님이 친절하게 스튜디오에 있는 조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설명해 주셨거든요. 이런 식의 셀프 사진은 처음이었지만, 리모컨 버튼 촬영을 몇 번 하다보니 나름 요령이 생겼습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3초 후에 촬영이 되게 세팅을 한 후 삐삐- 알람에 맞춰 포즈를 지었는데 예비 신부도 점점 재미를 붙이더군요.
스튜디오의 실장님은 저희들처럼 웨딩사진을 직접 찍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전문 작가에게 사진을 안 맡기는 대신 40만 원을 아꼈지만, 막상 들어간 돈도 얼추 비슷한 터라 이런 식으로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듯합니다.
비용면에선 큰 차이 없지만... 추억을 만듭니다
참고로 셀프웨딩을 찍는데 들어간 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펜탁스 무선 리모컨(4만 원), 신부용 구두+세미 드레스(12만 원), 흰색 셔츠(4만 원), 머리띠 등 소품(3만 원), 나비넥타이(2만 원), 스튜디오 렌탈비(7만 원/2시간), 신부 메이크업 비용(8만 원), 이렇게 총 40만 원이 들었네요.
이처럼 전문작가한테 40만 원을 주고 맡기나, 직접 사진 촬영을 하나 비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전문 작가에게 맡기면 사진도 프린트해서 액자에 넣어주고, 메이크업도 무료로 해주고, 웨딩드레스도 현장에서 무료로 빌려준다고 하니 어떤 면에서는 훨씬 간편하게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스튜디오는 따로 빌리더라도, 통상 작가에게 촬영을 맡기면 최소 1시간에 10만 원은 들어가더군요.
과정이 번거롭긴 했지만 웨딩 사진을 셀프로 찍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셀프로 웨딩 사진을 찍은 경험은 평생을 두고 소중한 추억이 되겠죠. 남들은 결혼사진을 찍으면 잘 안 본다고 하는데, 저희 예비 부부는 직접 찍은 이 사진들만큼은 가까이 두고 오래 봐라볼겁니다. 그 만큼 힘들게 촬영한 사진들이니까요. ^^
스튜디오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도중, 예비 신부와 즉석에서 소개 동영상도 촬영해 보았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에 동영상을 넣었더니 반응이 의외로 좋더군요. 업체에서 만들어주는 모바일 청첩장 대신, 저희가 직접 소개 동영상을 넣어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었거든요(소개 동영상:
https://vimeo.com/121580528).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위해 저희 예비 부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글로 기록해 보았습니다. 저희들처럼 웨딩사진을 직접 촬영하려는 예비 부부들과 저희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기도 했구요. 결혼식까지는 꽤 많이 남았지만, 저희는 서로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예비 부부의 100% 셀프웨딩 촬영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많이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저희들의 앞날을 위하여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https://www.facebook.com/happyjohan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