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17일 낮 12시 7분]대한의사협회가 한 사망 환자의 같은 진료 영상 필름을 놓고 각각 정반대의 진료 소견을 밝혀 문제가 된 가운데 관련 사건의 1심 판결이 이르면 다음 달에 나온다.
의협은 동일한 검사 영상 필름에 대해 검찰에는 '위암 의심 소견이 관찰된다'고 회신하고, 법원에는 '위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다'고 회신한 바 있다(관련기사:
"살 수 있었는데...너무 억울하다").
'정상' 판정 받은 A씨, 6개월 만에 '위암 말기' 진단
A씨는 지난 2011년 7월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원 대전지부(아래 대전건강관리협회)를 찾아 건강검진을 의뢰했다. 대전건강관리협회는 위장 조영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인 2012년 1월,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는 A씨에게 위암 말기(4기) 판정을 내렸다. 투병하던 A씨(당시 59세)는 이듬해인 2013년 2월 숨졌다. 멀쩡하던 위장이 6개월 만에 회복 불가능할 만큼 급속히 나빠진 것일까?
이에 대해 대전건강관리협회 측은 항의하는 A씨 가족들에게 "(검사 필름을) 잘못 봤다 실수했다"고 오진을 인정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말기암 진단을 내린 대학병원 담당의도 대전건강관리협회에서 촬영한 위장 조영 검사 필름을 보고 "'왜 (위암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몰랐을까'하며 '3개월만 빨리 왔어도 이렇게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유가족들, 대전건강관리협회 상대로 소송유가족들은 대전건강관리협회에 대해 "위 조영 검사 결과를 잘못 판독해 위암을 조기 치료할 기회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검찰에 대전건강관리협회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하고 법원에는 '손해배상청구 소'를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사협회)는 지난 2013년 7월 대전지방검찰청에 보낸 회신문에서 '대전건강관리협회가 2011년 7월에 찍은 A씨의 위 조영 검사 영상판독 결과에 대해 "조기위암 의심 소견이 관찰된다"며 "내시경 등 다른 검사가 요구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오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대전지방법원에는 정반대의 판독소견을 보냈다. 의사협회는 지난 해 7월 대전지방법원이 요청한 영상판독 결과 회신문에서 "위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적절하게 검사했고 정상으로 판독했다"고 덧붙였다. 일 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에 의견서를 보낸 전문가들이 각각 다르다"며 "검찰과 법원의 질의 내용이 달라 임상소견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전문가들이 판독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 "비싼 감정료 받고 판독은 대충대충" 유가족들은 "검찰과 법원의 질의 내용은 동일하다"며 "어떻게 같은 단체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검사결과 판독을 엉터리로 해 가족을 잃었는데 의사협회마저 판독을 대충대충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유가족들은 또 "두 번의 진료기록 감정료로 의사협회에 모두 100만 원을 지출했다"며 "비용에 비해 감정 결과가 매우 부실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같은 곳에서 같은 진료 기록물을 보고 다른 판독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진료기록 감정료 산정은 적정한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가족들이 대전건강관리협회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대전지방검찰청은 처벌할 만큼의 과실은 아니라며 2014년 5월 불기소 결정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대전지방법원은 2년간 몇 차례 공판을 해왔으며 이르면 다음 달에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