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주변이 검은색 대형 세단으로 들어찼다. 두산, 현대 등 일부 재벌총수와 재계인사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임환수 국세청장을 비롯해 조사국장 등 고위간부들도 자리를 잡았다. 기업인들을 만나기 위해 세종시에서 대거 서울로 올라온 것.
경제 검찰인 국세청 간부들과 기업 이익단체인 상의 회장단과의 만남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최근 검찰의 대대적인 기업 비자금 수사와 맞물려, 이날 국세청과 상의 회장단의 회동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임환수 청장은 먼저 "납세자의 처지를 마치 국세청의 일로 생각하는 자세로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무행정 서비스 강화 등을 소개했다. 그는 또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억울한 납세자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을 낮게 유지해, 기업들이 본업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신 세금을 성실하게 내지 않는 일부 기업인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단 "대기업 세무조사 완화해 달라"대한상의 쪽에선 박용만 회장(두산그룹 회장)이 나섰다. 박 회장은 "골든타임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기업과 정부가 소통하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계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실물경기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세금이 국가재정의 초석이라는데 책임감을 갖고 납세 의무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적극적인 세정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가기 위해 세무조사를 보다 세심하게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상적인 기업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대한상의 회장단은 별도의 자료를 통해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모두 6개항으로 구성된 건의 사항은 대부분 세무조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기업 총수들은 올해 말까지 경기침체 애로 업종에 대해선 세무조사 유예를 요청했다. 또 중견, 대기업으로까지 성실납세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도 했다. 현재는 1000억 원 미만의 성실납세 중소기업에 한해서 세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기업의 접대비 한도를 늘려줄 것, 일반세무조사시 사전 통지기간 연장, 세무조사 종결협의체 도입 등을 요구했다. 특히 기업 총수들은 가업상속세 분할납부 대상을 중견기업(매출 3000억 원 초과)으로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