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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주민들이 버스에 오르자 세월호 유가족이 허리를 깊이 숙여 배웅했다.
진도 주민들이 버스에 오르자 세월호 유가족이 허리를 깊이 숙여 배웅했다. ⓒ 이민선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활동을 벌였던 전남 진도 조도면 주민들이 18일 오전 9시 안산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만났다. 경기도미술관은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 안에 있다.

이들의 만남은 안산시(시장 제종길)가 진도 주민들을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안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즈음하여 필사적인 구조 활동으로 단원고 학생들의 생명을 구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주민들을 초청했다고 한다.

유가족과 주민들 만남은 엄숙했다. 악수하면서 웃거나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유가족 대표와 주민 대표가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동안에는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기자들도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못했다.

전명선 4·16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사고 당시 애써 주셨던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일일이 찾아뵙겠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아직도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가 있고 사고 진상규명도 안됐는데, 정부가 진상규명은 물론 선체인양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들을 찾기 위한 선체 인양과 사고 진상규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명선 위원장과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전명선 위원장과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 이민선

전 위원장은 이어 "(나도) 자식을 잃은 부모지만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 얼굴을 보면 미안하다, 그분들(실종자 가족) 소원은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며 선체 인양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가) 피해자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고 언론 등의 힘을 빌려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해서 피해자 가족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피해자들이) 아예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라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생존자 가족들, 유가족 얼굴 보기 미안해서 못와"

전 위원장이 이어 단상에 오른 진도 주민 조광원씨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이 일이 후손들에게까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교육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며 단상 아래로 황급히 내려갔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전명선 위원장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전명선 위원장 ⓒ 이민선

이날 만남에 진도주민 약 100명이 참여했지만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은 20여 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기자에게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렇기도 하고, 생존자 가족들이 유가족 얼굴 보기가 미안해서 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생존자 가족은 미안한 마음에  실종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유가족들 얼굴도 못 본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기에 앞서 진도 주민들은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 넋을 위로했다. 진도 주민들은 오는 20일 오후 1시 30분께 단원고를 찾아 생존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세월호유가족#진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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